2006년 12월 노무현 정권 시절 제기되었던 동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이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다. 신공항 백지화는 미리 정해진 각본에 따른 결과로 보여진다. 청와대가 각본을 짜고 국토해양부가 연출하고 입지평가위원회가 광대 짓을 한 대국민 사기극이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놀아난 단역배우였던 모양이다. 부끄럽고 화가 난다. 분노를 지나 맥이 빠진다. 오랫동안 매달려온 때문인지 충격이 더 큰 모양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될 것 같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대국민 사기극이란 증거는 곳곳에 드러난다. 2009년 12월부터 세차례에 걸쳐 입지선정을 미뤄온 부분에서 각본은 시작된다. 2011년 2월 9일, 수도권 유력 일간지에 보도된 신공항 무용론과 같은 날짜에 보도된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의 부정적 내용의 히스테리한 인터뷰가 각본이 확정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었고, 2월 28일 정모 의원과 미래기획위원장의 원점 재검토 주장이 이를 재확인하여 주었다.
그 후 한나라당 대표와 전 국회의장도 각본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었고, 그 긴 세월 동안 놀다가 막바지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설쳤던 입지평가위원회도 사기극의 역한 냄새를 풍겼지만 순진한 영남권 주민은 대통령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각본이 있다는 여러 차례의 조짐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대국민 사기극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3월 25일, 입지평가위원들이 밀양을 찾아 실사를 하고 의견수렴을 하는 자리를 가졌다. 영남권 주민은 그들을 열렬히 환영하였고 위원장의'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발언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대구를 비롯한 4개 광역시도민은 정성을 다하여 설명회를 열고 열정적으로 진솔하게 지방민의 어려움과 신국제공항의 필요성을 무려 5시간에 걸쳐 절절히 호소하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청와대와 정부가 짜놓은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니 미치고 폴짝 뛸 노릇이다.
사기를 치려면 제대로 쳐야지 신공항 사기극은 그야말로 엉성하기 그지없다. 신공항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그 입지를 선정하기 위하여 35개 후보지를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두 곳이 경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50점이란 데드라인을 나중에 추가하여 입지를 무산시킨 점은 신공항 사기극이 반칙을 범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국토해양부의 발표는 입지선정을 하여야 하는 목적에 구속되어 있는 기속행위라 할 수 있으므로 하나의 입지를 선정 발표하는 것만이 선택 가능한 유일한 행정행위이다. 따라서 점수가 높은 밀양을 선정 발표하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결론을 발표한 국토해양부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다.
입지평가위원회의 평가는 재량행위 또는 판단의 여지가 있는 것이어서 법적 심판이 제한되는 부분이 있으나, 입지평가위원회의 구성 중요 부분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그 평가 결과는 당연히 무효이다. 부연하면, 인천공항의 수요를 신공항이 빼앗아간다고 보는 수도권 사람 또는 수도권 지역에 투자할 돈을 신공항이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구성된 수도권 입지평가위원은 신공항의 가장 적대적 이해관계자로 제척대상자이고 영남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자가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모두 수도권 한쪽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자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원회는 중요 부분의 하자로 당연 무효이기 때문에 입지평가위원회의 평가도 무효이고 무효인 평점을 바탕으로 결정한 국토해양부의 입지선정도 당연히 무효인 셈이다.
동남권 신국제공항은 비수도권 국민의 생존권과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깨닫는다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공항 백지화 발표가 사기극임을 국민 앞에 밝히고 이 천인공노할 대국민 사기극을 기획한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여야 할 것이다.
신공항 백지화의 큰 원인 중 하나는 부산과의 첨예한 대립에 있다. 대구, 부산을 포함한 5개 광역시도가 합의하여 후보지를 결정하였다면 쉽게 결론이 났을 것으로 추측한다. 신공항 백지화는 지나친 극한 대립이 가져온 예견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밀양은 행정구역상 부산은 아니지만 양산, 김해 등과 같이 부산 권역 도시로 부산의 위성도시라고도 볼 수 있고, 부산의 동북쪽 일부지역에서는 밀양이 가덕도보다 더 가까운데 부산은 왜 그토록 가덕도만 고집하는지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부산 갈매기야, 우리가 남이가!
오철환 (대구시의회 신공항밀양유치특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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