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체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신문, 라디오, TV 등 전통 매체뿐 아니라 인터넷, 블로그, DMB, 와이브로, 스마트폰까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의 산업적 환경도 급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연말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에 따른 신문의 방송 진출로 매체 간의 영역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이른바 미디어 빅뱅이다.
혹자는 매체 간의 무한 경쟁을 근거 삼아 종이신문의 위기를 얘기한다. 어떤 이는 활자 매체의 종말이 다가온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예견된' 이 명제는 계속 유효한 것인가. 신문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정보가 범람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왜 신문인가'라는 명제를 짚어본다.
◆부자들은 신문을 즐겨 읽는다
지난달 대구를 방문한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신문광이라는 점이다. 성공 비결은 신문 정독에 있었다. 버핏은 하루의 3분의 1을 투자 관련 자료와 책, 신문을 읽는 데 보낸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회장서 "세상을 알려면 신문부터 읽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트럼프도 매일 새벽부터 대여섯 개의 신문을 두루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CEO치고 신문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디자이너 앙드레 김도 생전에 10개 가까운 신문을 구독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트렌드 변화를 아는 데 신문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소득과 구매력이 높을수록, 오피니언 리더 계층일수록 신문기사나 광고의 열독률이 높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한국신문협회가 최근 발간한 '2010 독자 프로파일 분석'에 따라 인구특성에 따른 열독률을 보면, 연령별로는 30'40대, 학력은 대학 재학 이상, 월 가구 소득은 401만~500만원, 직종은 전문직, 경영직, 자영업, 학생층의 순으로 열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경제수치 등 통계수치를 잘 외우는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문 등 활자매체를 통해 경영에 필요한 자료를 얻는다"며 "하루 1시간씩 신문 열독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정치'경제 등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 신문 읽는 시간이 늘었다
신문협회 독자 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 평균 신문 구독 시간은 42.9분으로, 2008년 조사 때보다 7.3분 늘었다. 최근 신문독자 감소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다. 45분 이상 신문을 읽는 독자의 비중도 2008년 대비 약 11% 증가했다.
정기 구독자들의 평균 구독기간은 37.4개월로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2008년 대비 약 2.6개월 늘어난 수치이다. 신문을 '대충 보는 독자'(Light Reader)는 감소하고 '충성 독자'(Heavy Reader)가 많아져 열독시간과 구독 기간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신문이 사회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회의 흐름을 읽고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매체로 인식하고 있었다. 매일 신문을 읽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고, 즐겨 읽는 기사와 칼럼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74%로 나타났다.
신문의 역할 평가 질문(복수응답)에서 독자들은 신문을 읽으면 세상의 흐름 파악이 가능(92%)하고,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93%), 상식을 배운다(88%)고 답했다. 생활 측면에서는 신문 열독 습관화(78%), 즐겨 읽는 기사와 칼럼이 있다(74%), 꼭 읽는 지면이 있다(69%), 신문 휴간일은 아쉽다(49%)고 답했다. 또 교양 측면에선 신문기사를 읽고 주변사람들과 의견 교환(83%), 신문을 읽어야 다양한 견해와 생각가능(87%), 자식에게 신문을 꼭 읽히겠다(83%)고 응답했다.
독자의 신문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았다. 구독 유지 의향을 묻는 질문에 79%가 계속 신문을 구독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문직, 경영'관리직에서 구독 유지 의향이 강했다. 일반 열독자의 경우도 81%가 신문을 계속 읽겠다고 답했다.
독자들은 신문에 게재된 전체 기사 중에서 평균 25%의 기사를 읽고 있었다. 기사 유형별로는 정치기사 열독률이 31.0%로 가장 높았다. 이어 특별기획(30.5%), 사설'칼럼(28.3%), 사회'교육(27.7%), 국제(27.4%), 지역뉴스(26.8%), 경제(24.5%) 순이었다.
◆왜 종이신문은 계속돼야 하는가
영상'인터넷 매체가 활자 매체를 밀어 낸다고 한다.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디어 매체는 각각의 매체가 가지는 '도구적 속성'이 있다. 인터넷, 블로그, 트위터, DMB, UCC,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들은 그것들이 가지는 도구적 형식에 맞춰 내용을 담아낸다. 그러므로 해당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수용자에게 미디어의 속성까지 함께 전해진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뉴미디어의 정보는 즉흥적이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고 가공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킨다.
NIE한국위원회 구정화 위원(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은 "신문은 기사의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편집(기사의 위치, 크기, 다른 기사와 연결성 등)을 통해 기사 내용의 이면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읽어낼 수 있으며, 특히 다른 신문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서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인터넷 강성시대이긴 하지만, 여전히 종이신문을 통해서 현대인들은 삶에 필요한 정보에 대한 판별능력과 이해를 더 수월하게 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공무원연수원 진용환 원장은 "연수원 입소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 강사들의 강의 내용 중에 신문에서 보도된 화제를 거론하면 집중도가 높아진다. 강사들도 그런 효과를 알기 때문에 강의 소재를 주로 신문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 정근호 기동대장은 "집회, 시위를 막아야 하는 기동대의 임무상 신문을 통해 사회 현상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갖고 있다. 여러 신문에 보도된 경찰 관련 잘잘못을 스크랩해서 매주 직무교육 자리에서 대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이석수기자 s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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