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영남권 전체가 들끓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했던 동남권 신공항의 최종 입지 선정을 앞두고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입지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사업 추진을 사실상 유보하는 결정을 내렸다. 가덕도의 비용-편익(B/C)비율은 0.70에 불과하고 밀양도 0.73이며, 평가 점수도 두 지역 모두 40점에도 미달한다는 것이다. 입지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정부 스스로가 밝혔듯이 공항 운영이나 사회환경에 대한 평가보다 경제성 평가에 더 많은 가중치를 두었다.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경제성 여부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정치적인 공약으로 남발되었던 수많은 국책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거나 적자가 누적된 채 운영되고 있는 것은 사업 추진 결정에서 경제성 분석보다는 정치적인 배려가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이 기존 국책사업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이들 사업과는 분명히 다르다. 영남권의 5개 광역자치단체에 걸쳐 인구 1천300만 명과 인근 지자체가 이용하게 될 국제공항 건설사업을 중소도시의 양양공항이나 울진공항, 무안공항의 실패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견강부회이다. 정부 스스로가 자립적 경제권으로 육성한다고 설정한 두 개의 광역경제권이 여객 수요와 화물 수요가 부족하여 국제공항의 경제성이 없다는 성적표를 수용할 수가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국제공항 하나를 운영할 수요나 경제적 기반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남권이 수도권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영남권 광역경제권이 자립경제권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국제공항은 필수적이다. 기존 공항들은 국제공항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고 확장의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면 분명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바다를 메워야 하는 가덕도나 산을 깎아야 하는 밀양의 입지적 특성 때문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문제라면 지자체들의 비용 분담 방안을 통해서라도 해법을 찾았어야 했다.
경제성만을 기준으로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면 대부분 국책사업은 수도권에서만 타당성을 갖출 것이다. KTX로 두 시간이면 접근하는 서울에만 국제업무시설과 다국적기업의 지사를 두게 하고, 고급 인재도 수도권에서만 육성하면 된다. 수요가 많으니 더 많은 주택을 건설해야 하고, 사람들이 몰려 있으니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에 대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 이것이 수도권 규제 완화의 논리다. 이 논리에 따르면 광역경제권 구상은 허상에 불과하거나 하나의 광역경제권인 수도권의 규제 완화를 위한 논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동안 영남권의 정치인들은 경제적 효율성을 앞세운 정부의 규제 완화 논리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왔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2008년 10월 30일 수도권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발표될 때도 모른 체했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기어이 균형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지역발전위원회로 개명할 때도 그냥 받아들였다. 지역발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분명한 4대강 사업에 정부가 수십조 원을 투자할 때도 이 사업이 지방재정에 얼마나 부담을 줄 것이고 동남권 신공항과 같은 다른 국책사업을 위한 재원을 얼마나 소진해 버리게 될 것인지를 분석조차 하지 않고 앞장서서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신공항의 무산과 수도권의 집중 강화 논리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는 경제성만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경제성 분석 외에 정책적 분석을 함께 고려한다. 최종적인 사업 평가를 고려할 때 각 항목들의 가중치를 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계층분석기법(AHP)에서는 경제적 분석을 대략 40∼50%, 정책적 분석을 25∼35%, 지역 균형발전 분석을 15∼25% 정도로 고려한다. 그러나 이번 입지평가 결과나 정부의 사업추진 유보 결정에서는 경제성 부족만을 강조했을 뿐 정책적 분석이나 지역 균형발전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 하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차기 대선 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다시 등장한다고 할지라도 두 입지 간의 갈등은 여전히 남는다. 두 광역경제권의 지자체들은 공동으로 기획단을 구성하여 적정 입지를 평가하여 합의안을 도출한 후에 재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만, 부족한 경제성을 보완하기 위해 관련 지자체가 기존 공항의 이전이나 폐쇄, 공항 신설로 발생하는 이익을 공항 건설 및 운영비로 출연해야 한다. 그래야 영남권 지자체들의 의지를 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며, 사업 추진의 정당성이 생긴다.
변창흠(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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