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도 살자] <1>수도권 독주 이젠 그만…

#정부가 신공항을 백지화시켰지만 신공항을 향한 대구경북민들의 의지는 백지화되지 않았다.

다짐을 새롭게 하고 결의를 다져야 한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우려도 있다. '얼마나 갈까. 저러다 말겠지'라는 수도권의 냉소적인 시선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번만은 다르다는 것을, 우리 자신들은 물론 서울을 향해서도 보여줘야 한다. 수도권만 있는 게 아니라 지방도 있으며 지방사람들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신공항을 향한 새로운 레이스는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다.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부터다.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수도권의 힘에 맞설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첫 발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도권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 정도로 커졌다. 영남권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990년 전체 인구의 42.8%이던 수도권 인구는 지난해 49.9%로 늘어났다. 반면 영남권은 같은 기간에 29%에서 26%로 줄어들었다. 인구증가율에서도 수도권은 1.42%로 전국 평균치인 0.54%를 세 배 가까이 웃돌았다. 시간이 갈수록 수도권은 더 커지고 세질 것이라는 전망은 쉽게 할 수 있다. 영남세는 수도권과 반비례다.

여기에 서울지역 언론들의 수도권 중심론 역성들기는 신공항 추진에 있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하나같이 영남권의 호소에는 귀 기울여 듣지 않으려 했다. 오직 수도권의 목소리만 국익이라는 사고의 틀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었다. 서울에 있고 서울에서 지방을 보는 이들이 영남권에 신공항이 왜 필요한지 절감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들에게 신공항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2009년 가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를 뜨겁게 달군 세종시 수정안 논란 역시 신공항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 하다. 그 때는 우리 지역의 일도 아니라서 외면한 측면도 있다. 기껏해야 여권 내부의 친이와 친박 세력의 갈등 정도로 해석했을 뿐이다.

하지만 신공항 파동을 겪고 나서야 이 문제 역시 수도권과 지방의 이해 격돌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지방분권론자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추진된 정책에 반발한 수도권기득권자들의 저항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신공항 문제를 둘러싼 서울지역 언론들의 끈질긴 '재뿌리기'와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려 했던 서울사람들의 줄기찬 반발이나 방해공작도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논란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신공항에 대해서는 경제성 저하를, 세종시에 대해서는 국정 운영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둘 다 밑바탕에는 기득권을 분산시키지 않겠다는 수도권론자들의 서울 중심주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는 설명이다.

권력에 대한 인식도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는 절반이지만 돈과 정보, 권력은 전부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선거를 통해 당선돼 지방을 대표해서 국정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숫자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등등한 기세에 계속 밀려들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988년 13대 총선 당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의 점유율은 35.3%에 불과했다. 영남권은 29.4%였다. 그러나 20년 뒤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수도권이 45.3%로 무려 10%의 신장세를 보인 반면 영남권은 27.8%에 머물렀다. 여기에다 50명 정도가 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서울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수도권과 이해관계가 격돌했을 경우 승산이 그만큼 낮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신공항 문제에서는 국회의원들의 행보가 항상 뒷말을 낳았다. 신공항 문제 같은 지역의 현안을 만들어내고 이끌어 가야 할 지역 국회의원들이 등 떠밀리다시피 해서 뒤늦게 동참한 것에는, 이들이 영남지역 국회의원인 동시에 수도권 사람이라는 점도 한 몫했다는 것이다.

이들 대다수가 국회의원을 마치면 수도권으로 되돌아갈 사람들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국회의원들의 신공항 추진 대열 합류가 시민들 사이에서 총선 심판론이 나오고 나서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도 신공항 레이스의 재출발점에서 해야 할 일이다.

이동관기자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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