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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 또 침묵 모드, 오늘은 말 안해요!

침묵 길어질 경우 신공항 재추진 동력을 떨어뜨리는 마이너스 요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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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침묵모드로 되돌아갔다.

박 전 대표는 4일 대구에서 치러진 지능형자동차부품시험장 기공식과 대구 R&D특구출범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자 "오늘은 특별히 할말이 없어요, 이해해주세요"라며 입을 닫았다. 신공항 재추진에 이어 한 마디 더 진전된 발언에 대한 지역의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취임식에 참석해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인천공항만으로는 물동량을 다 소화할 수 없다. 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며 신공항 재추진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4일 만에 박 전 대표가 신공항 발언을 자제하면서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또다시 장기 침묵모드로 되돌아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신공항 백지화 논란과 관련해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며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 때문에 재추진 발언 직전에는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표의 재추진 언급 시점도 '신공항 입지 선정에 힘을 보태달라'는 지역의 염원을 수렴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재추진 의사를 밝혀 백지화 결정에 좌절하고 있던 지역의 민심을 위로하기는 했지만 신공항 문제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지는 못해 '뒷북치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침묵이 다시 길어질 경우 시민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의 동력을 다시 떨어뜨리는 마이너스 요인으로도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유력한 여권의 대선 후보로서, 내년 총선 승리를 통해 대선 구도를 유리하게 끌고 가야 할 박 전 대표로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음을 의식했을 법하다.

친이계 강경파들과 잠재적 대선 레이스 경쟁자들이 한목소리로 신공항 재추진은 영남패권주의라며 '박근혜 때리기'에 나선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침묵이 지난번처럼 오래 지속된다면 박 전 대표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영남 민심은 다시 들썩거릴지 모른다. 지난해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하려 했을 당시 '반대' 입장으로 논란을 잠재운 바 있는 박 전 대표가 이번에도 더 확실하게 신공항 논란의 '종결자'로 나서주길 지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선택을 강요하는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신공항을 재추진한다고 했으니 밀양과 가덕도 중 어디를 더 선호하는지에 대한 선택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과 충청, 호남이 서로 유치하겠다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다. 둘 다 적당한 타협이 불가능한 문제이고 자칫하면 정치적 기반의 한 쪽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박 전 대표의 입이 언제 열릴지, 어떤 말이 나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창희기자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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