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수사받던 경산시청 공무원 목매 자살

"난 결백, 수차례 뺨맞고 인격적 모멸감" 유서

4일 오전 10시 40분쯤 경산시 계양동 경산생활체육공원 내 실내체육관 기계실에서 경산시청 공무원 K(54'5급) 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하 직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K씨가 3일 체육공원 내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체육행사에 참석한 뒤 퇴근하지 않고 혼자 남아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씨는 경산시청 직원 인사 청탁 및 인허가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올해 1월 말부터 최근까지 대구지검의 수사를 받아왔으며, 지난달 7일 검찰이 K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이후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1일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는 인사청탁에 개입하지 않았다,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나는 결백한데 수사를 받게 돼 억울하다. 또 검찰 수사과정에서 욕설 등 모멸감을 느끼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나의 말은 믿지 않고 참고인들의 말을 토대로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A4용지 25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K씨는 유서에 "수사 과정에서 뺨을 수차례 맞고 가슴도 손으로 맞았다. 인간적인 모멸감마저 느낀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병국 경산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주변에서 나를 시장 최측근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내용도 유서에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돈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수사중이던 피의자가 숨져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수사 과정에서 욕설 등 부당한 대우는 없었을 것으로 믿고 있지만 고인이 유서에서 해당 내용을 주장한 만큼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K씨에 대한 조사는 검찰이 확보한 객관적 증거에 대한 확인이 대부분이어서 강압적 분위기에서 자백받을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올해 1월 말부터 경산시청의 승진 인사와 관련해 금품이 오갔다는 첩보를 입수해 K씨를 포함한 공무원들과 공장 등록 인허가 관련 브로커, 축산농가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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