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고 그 처참함 속에서도 참고 기다리고 믿었다. 생수 한 통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러나 더 이상의 방사능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일방적 소통은 그 소통을 믿고 기다려준 일본 국민들에게 '소통이 불통'이었음을 일깨워 주었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았으나, 정부의 국민에 대한 신뢰는 더 이상 신뢰가 아닌 불신이 된 것이다.
필자 또한 외사촌 누님이 이번 대지진의 피해 지역에 살고 있어 무척 애를 끓였다. 한동안 전화가 되지 않아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고자 했다. 그러나 원자로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면서, 피해 상황이 발표와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믿음으로 소통하고자 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배신감만 크게 자리했다. 국민은 소통하고 정부는 불통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거의 소통이란 사회의 리더가 소통의 중심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통제하는 하향식 소통 문화였으나 현대 산업정보화 시대 초고속 네트워크 사회에서의 소통이란 쌍방향, 수평적 소통 문화를 중요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엄동욱 수석연구원의 2011년 3월 조직 내 소통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연구 발표에 따르면 경영진과 직장인 93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3분의 2(65.3%)가 조직에서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점수로 환산한 한국 기업의 소통 수준은 54점으로 상당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소통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의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소통 당사자의 현재 고충이 진정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대지진으로 국민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지진보다 더 무섭다는 불안감으로 그 어둡고 차가운 대피소 바닥에서 정부를 믿고 방송에 귀 기울였건만 정부는 안일함으로 대처했고 국민들의 간절한 소통의 끈인 방사능에 대한 공포를 무시하고 말았다. 일본 정부는 국민들의 방사능에 대한 공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소통하려 했던 것이다. 국민의 소리에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려 하지 않고 책임 소재의 공방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주 필자는 대전'대구'구미를 다니면서 거리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를 보았다. "최저임금 5천410원이 되어야 우리는 살 수 있다" "우리 구청장님은 옆집 구청장이 주는 우리 아이 무상급식비를 왜 주지 않는가" "우리 앞마당에 왜 자기들 우물을 파는가" "선거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 약속을 꼭 지키리라고 믿습니다" "신공항 좋은 벌판 두고 왜 망망대해를 논하는가"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이 플래카드들의 주제는 국민과 정부, 지역민과 구청장, 지역과 지역 간의 소통의 불통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경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에 앞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은 바로 소통과 불통을 연결할 수 있는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다. 단절되어 있던 섬에 다리를 건설하여 서로 교통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협동 성장, 동반 성장, 통합의 시대를 살아가길 염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현실인 것이다. '약속은 더 이상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공약은 그때그때 달라요' '안 되면 촛불 시위한다' '될 때까지 한다'라는 말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주지 못한다.
모 TV의 한 프로그램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다. 노래를 부른 후 평가단의 선택에 따라 1명을 탈락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고 설명되었다. 그러나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평가단이 심사숙고해서 내린 선택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는 처음 약속을 어겼다. 탈락한 가수를 선배라는 이유로 재도전의 기회를 주고 탈락자 또한 후배들의 온정을 미덕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평가단과 시청자들은 가수의 노래를 소통하고자 평가했지만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그 소통을 진정성 있게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불통한 것이다. 국민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TV 프로그램마저 불통의 만연을 실감케 했다. 소통이 불통인 것이 마치 미덕인 것처럼 방송하는 것에 국민들은 또 속고 말았다. 국민들은 진정성 있는 소통을 원하고 있다.
정한철(한국헤티연구소장·유아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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