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지방 간 갈등이 우리나라의 신(新) 갈등구조로 자리 잡아가며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지방은 '생존'의
문제이지만 수도권은 '웰빙'의 차원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부동산 취득세 50% 감면, 신공항 백지화 등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지방에 불리하고 수도권은 유리하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 조치들이어서, 영남'호남'충청 등을 가리지 않고 지방의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결정 이후 좌절감과 박탈감에 사로잡혀 있는 영남권에서 바라보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어 지방 홀대에 대한 반감의 강도 또한 예전에 없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공항 문제를 계기로 지역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파동 역시 수도권론자들이 일으킨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지방과 수도권의 충돌은 전면전 양상을 띠며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수도권 블랙홀을 부추기는 정부=역대 선거에서 나타난 영호남 간 갈등구조나 영남과 강원 대 호남과 충청의 대결 구도가 서울'수도권과 지방이 대결하는 구도로 변화할 가능성은 없는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지방과 수도권의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표심에 반영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 갈등의 근본 원인은 돈 즉, 경제 문제다. 돈과 사람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블랙홀' 같은 수도권의 흡입력을 정부가 나서서 속도 조절을 하지 못할망정 역성을 들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08년부터 올해까지 수도권을 향한 각종 조치들로 기업과 자본의 수도권 집중화를 가속화시켰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장관이 나서서 수도권 편을 들었다.
4일 비수도권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반기를 든 사건은 수도권 독식에 대해 전체 지방이 한목소리로 제동을 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사건건 으르렁대며 당의 논리에 따라 격돌하던 관계였다. 그런데 지방의 이익 보호 내지 수도권 집중 견제를 위해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로 "지방도 좀 살자"를 외친 것이다. 이들이 한자리에 설 수 있게 만든 요인 역시 경제다. 유권자들의 생각도 맹목적인 여야 개념이나 민주나 반민주, 보수와 진보를 넘어 어느 때보다 실리를 추구하며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몰표가 이 사태 불렀다=수도권 규제완화 반대론에 앞장서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의 김성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갈등이 과거 영호남 갈등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효율만 강조하고 부작용을 외면하는 수도권 중심주의와 지방의 목소리도 수렴해서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의 국토균형발전론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지방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방의 목소리가 당장 하나의 정치 세력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를 둘러싸고 영남과 호남이 손을 잡는 양상이나 R&D 특구 지정에서도 영호남이 공조를 취한 사례 등 수도권에 맞서는 지방 차원의 공조 빈도는 훨씬 더 높아질 공산이 커 사안별로 정당의 테두리를 넘는 정치적 선택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특정 정당 일색의 투표 성향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 정당을 바꾸는 수도권의 투표 성향을 지방도 닮아가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명박 후보에 몰표를 안겼고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주었다. 또한 호남에서도 민주당 일색 투표 성향이 완화되기 시작했고 영남권에서도 한나라당 일변도의 정치 지도는 더 이상 그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이런 움직임에 촉매 역할을 한 것이 신공항 백지화 사건이라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몰표에 대한 답이 신공항 백지화"라는 한나라당 성토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동관 정치부장 dkd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