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도 좀 살자] <4>지방재정과 행정 위기

세금 80% 중앙정부 독식, 이런 불합리 어딨나

한인 출신 최초로 미국 연방 하원의원(3선)을 지낸 김창준 전 의원은 지난 2월 대구에서 가진 강연에서 "진정한 지방자치는 재정적 독립에서 나온다"며 "한국 내 지방과 중앙정부 간의 2대 8 세입구조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지방재정 현실과 관련해 그는 "중앙정부가 국세로 80%를 가져가는 것은 좀 너무하다"며 "지방공무원들이 (중앙정부에) 가서 (돈을) 달라고 하고, 거지같이 사정하고 내려오는데 이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특히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미국처럼 지역(영남권)을 지나는 차량의 교통세나 유류세는 반드시 지역에 떨어지게 하면 이 돈으로 신공항을 지을 수 있는데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의 행'재정적 독점 구조가 지방살림을 나락으로 몰고 있다. 지방재정은 2005년 이후 세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우리 나라 전체 지출의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방세와 국세 수입 비중은 '2대 8' 규모다.

지방정부가 아무리 지방세 비중을 높여달라고 해도 정부는 무시하고 있고 특별행정기관 업무이관,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끝내 외면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지방 홀대와 무시는 지방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재정=지방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세는 취득세'등록세, 지방소비세, 자동차세 등이다. 그 다음이 국고보조금이다. 지방재정 위기는 세입 구조가 왜곡된 탓이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으로 부동산 취득세 50% 감면을 추진하려다 지방정부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지방소득세는 소득세와 법인세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증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세도 마찬가지다.

지방채 발행 총액을 살펴보면 2006년 2조8천644억원에서 2009년 8조5천338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상환액은 해마다 2조원대에 불과해 지방채 잔액은 2006년 17조4천351억원에서 2009년 25조5천351억원으로 늘어났다. 대구시 관계자는 "광역시나 기초단체는 복지비, 인건비, 보조사업 등을 제외하면 가용 자체 예산이 거의 없다"며 "운용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는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 전환 비율을 현재 5%에서 20%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콧방귀만 뀌고 있다.

사회복지 예산의 국고보조금 비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현재 사회복지 예산의 국고보조금 비율이 60% 수준에 불과해 40%는 지방비로 의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대구시내 기초단체의 경우 대구시로부터 특별교부금을 받아 복지비로 충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방비 매칭 제도의 개선도 시급하다. 현재 국고보조사업이 확정되면 일정 비율의 지방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이 특정 사업에 국비를 확보하면 대구시는 내키지 않아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지방비를 대야 한다.

최근열 한국지방자치학회장(경일대 행정학과 교수)은 "일본, 독일, 미국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비슷하고, 영국은 국세 중심이지만 지방에 공정하게 배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국세 비율이 일방적으로 높다. 국세의 상당 부분을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행정=2009년 7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정부에 지방분권 촉진을 위한 '6대 공동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건의 사항 중에는 ▷특별행정기관 이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 ▷지방정부 감사체계 개선 등이 포함됐다. 그동안 지방정부가 지방분권의 핵심 내용으로 요구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부 측은 지방교육자치제도 개선을 제외하고는 아예 개선 의지가 없다.

협의회는 특별행정기관의 업무를 일부가 아닌 기관 기능 전체를 이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정부를 자신들의 하위 기관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세헌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결국 정치의 문제"라며 "선거를 통해 지방에 관심이 있고, 지방분권에 철학이 있는 정치인들을 선택해서 제도적으로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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