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방사능 비의 위력. 시민들이 '방사능 비'에 크게 움츠렸다.
7일 전국에 방사성 물질이 섞인 봄비가 내리자 일부 골프장에는 예약 취소가 속출했고 프로야구 경기마저 취소됐다. 8㎜에 불과한 방사능 비가 대구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시민들이 바깥 출입을 자제해 동성로와 들안길 등 평소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은 한산했으며, 배달 주문은 폭주했다.
◆야구경기는 취소, 골프장은 휴장
'방사능 비'로 야외 스포츠 활동도 취소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7일 오후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롯데전 등 프로야구 전 경기를 취소했다. KBO 측은 "7일 오후에 방사성 물질이 섞인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고 내린 결정이다. 국민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에 쉽잖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한 야구팬은 "경기 취소 판정이 났을 시점인 이날 오후 2시쯤엔 대구에 비가 거의 오지 않았으며, 평소 이 정도의 양으로는 취소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골프장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 인근 골프장에는 이날 예약 취소 전화가 빗발쳤고, 아예 휴장한 곳도 있었다. 경북 경산 평산동의 인터불고경산컨트리클럽에는 7일 60팀이 예약을 취소했다.
이곳 관계자는 "평소 이 정도 비가 내리면 골프를 치는 편인데 예약 회원들 대부분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팔공컨트리클럽은 회원들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자 이날 오후 휴장했다. 팔공컨트리클럽 관계자는 "오전에 4팀이 골프를 치고 갔고, 나머지 팀들은 전부 예약을 취소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정도인데 예약 취소가 속출해 피해가 심하다"고 했다.
◆학부모들 휴교 문의 빗발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6일부터 7일 오전까지 '휴교령을 왜 내리지 않느냐'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폭주했다. 한 학부모는 "영남권의 방사선량이 일본과 거의 비슷하다는데 선례가 없다며 휴교를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린 자녀의 건강에 대한 염려 없이 학력신장만 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대구시교육청은 '휴교령을 내릴 계획이 없다'면서도 각급 학교에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학생들의 건강지도를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중무장을 한 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아예 집에 머무는 일이 다반사였다. 수성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이 통학버스를 타면서 비를 맞지 않게 해달라거나 야외 활동을 하지 말아달라는 전화가 하루 종일 빗발쳤다"며 "가급적 실내에서 머물고 아이들의 손과 발을 자주 씻기느라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방사능 관련 제품 판매도 불티
방사능 관련 유아용품을 찾는 부모들도 크게 늘었다. 동아백화점에 따르면 대기 중 노출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유모차 덮개와 마스크, 손싸개 등을 비롯해 유아용 세탁세제와 섬유 유연제 등의 판매가 평소에 비해 28~30% 이상 증가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항균 마스크의 판매가 3배 늘었다.
정해곤 동아백화점 아동용품 팀장은 "예년 같으면 황사철인 5월에 집중되던 상품 판매가 일찍부터 늘어난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평소엔 한산하던 우산과 아동용 우비, 장화 등의 코너를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는 아동용 장화의 판매가 10~20%가량 늘어났다.
◆동성로'들안길 한산
시민들은 적은 비에도 하루 종일 불안에 떨었다. 7일 오후 5시 평소 사람들로 북적였던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은 시민들이 자취를 감추다시피했다.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간혹 눈에 띄는 이들은 큰 우산 아래 몸을 붙인 채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방사능 비에 대한 불안 때문에 '골프 우산'으로 불리는 대형우산도 대거 등장했다.
조미현(24'여) 씨는 "부모님께서 '방사능 비를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큰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에 앞서 낮 12시 점심시간임에도 들안길은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이었다. 주차장도 텅 비어 있었다. 이날 들안길 한 간장게장 전문점을 찾은 직장인 정모(37) 씨는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왔는데 평소와는 달리 넓은 홀엔 두 팀밖에 없었다. '방사능 비'가 온다니까 사람들이 배달 음식을 먹거나 구내식당을 찾아간 것 같다"고 했다.
배달 음식점도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대구 중구의 한 중국음식점에는 주문 전화가 평소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고 했다. 이곳 업주는 "비가 많이 내린 것도 아닌데 주문 전화가 평소에 비해 많이 늘어 놀랐다. 폭우가 내릴 때만 이 정도 주문이 오는 편인데 '방사능 비' 영향이 대단한 것 같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