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하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지적은 10여 년 전부터 있어 왔고 이명박 대통령 대선공약으로도 채택되기도 했다. 이동통신사의 원죄(?)다.
특히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걱정이 커진 정부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통신요금에 칼을 대려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단말기값 거품 조사에 착수한 것도 요금인하 압박의 하나로 보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왜 유독 비싼 통신 요금이 정부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일까? 보조금 등 휴대전화기 유통 구조를 개선한다면 통신 요금이 충분히 싸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 요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 먼저 휴대전화나 스마트폰 단말기 보조금을 첫 번째 요인으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갤럭시S의 국내 가격은 미국보다 35만원가량 비싼데도 거의 공짜로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 출고가 기준 94만6천원인 갤럭시S의 미국 내 판매가는 550달러(60만원).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동통신회사와 월 4만5천원에 2년짜리 약정을 맺으면 2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애플의 아이폰4도 미국 내 출고가 699달러(76만2천원)보다 18만원가량 비싼 94만6천원에 판매된다. 통신사와 약정을 할 경우에는 20만원 안팎에 살 수 있다.
◆보조금의 비밀
제조업체가 이동통신사의 자회사에 넘긴 제품은 다시 도매상인 '대리점'에 넘어간다. 대리점은 소매상인 '판매점'에 제품을 위탁판매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종 보조금 지원과 할인이 이뤄져 실제 구입가는 출고가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진다.
출고가 95만원짜리 스마트폰의 경우 실제 보조금은 75만원 정도다. 2년짜리 약정을 맺으면 이통사는 통신요금 할인 명목으로 총 36만원을 지원한다. 매월 1만5천원씩 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실제로는 기기 보조금이다.
여기에 할부지원금 16만원 더해진다.
끝으로 이통사'제조업체'대리점이 각각 판매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판매보조금)'가 가세한다. 판매점은 이 리베이트로 재량껏 가격을 내려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리베이트 수준은 기기당 23만원 수준. 소비자가 이 금액 만큼 할인을 받으면 출고가 95만원짜리 스마트폰 가격은 20만원으로 떨어진다.
가장 변화가 심하고 불투명한 단계가 바로 리베이트 부문이다. 이통사 본사와 지역본부 등은 통상 '정책'으로 불리는 회의를 1주일에 두세 차례 열어 리베이트 금액을 조정하는 데 이 때 집중 지원하는 이른바 '전략제품'도 선정된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는 제조업체에 자금 지원을 요구한다. 제조사 입장에선 이통사와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탓에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통사가 집중적으로 미는 제품에 제조사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는 이외에도 구매보조금 등을 별도로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의 무리한 구매 보조금 지원 요구 등의 관행이 휴대전화기나 스마트폰의 높은 출고가격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번 공정위의 조사도 보조금을 매개로 제조사-이통사-대리점-판매점 간 4각 동맹구조를 당국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싼 요금제' 어쩔수 없나
출고가가 높아도 실제 소비자들이 싸게 구입할 수만 있다면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각종 명목으로 할인을 받은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에 '볼모'로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보조금은 대개 할부 금액에서 일정액을 차감해주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때문에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해지할 경우 수십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내야 한다. 또 보조금이나 리베이트는 소비자들을 비싼 요금제로 몰아넣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구 남구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9) 씨는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나 비싼 요금제에만 리베이트가 몰린다"고 했다.
대리점 수익구조도 비싼 요금제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대리점은 가입자가 납부하는 이용료 가운데 6.8%를 4, 5년간 받는다. 판매마진은 7천~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을 비싼 요금제에 가입시켜야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은 비싼 요금에는 '통계의 오류'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통신 서비스가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통신 단말기와 서비스 이용료를 합친 지난해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월 13만8천400여원이며, 전년 대비 증가율은 4.6%로 관련 통계조사 이후 가장 높다.
그러나 통계청 집계에는 스마트폰 구입비나 데이터 서비스 이용료가 포함돼 있지 않다.
업계에선 이런 통계상의 오류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통'으로 요금이 오른 것만 두고 정부가 요금인하에 나서고 있다는 것.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계청 집계에 단말기 요금이 포함돼 있는 것도 문제며, 전에 없던 데이터 요금은 새로운 개념으로 봐야 한다"면서 "스마트폰이 주는 새로운 가치를 무시하고 단순히 음성 개념으로 통신요금이 올랐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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