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원 밀집지역, 심야교습 제한이후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범어네거리 밤 10시 '아수라장'

이달 5일 오후 10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학원 앞 도로에 학원교습을 마친 학생을 태우려는 학부모들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5일 오후 10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학원 앞 도로에 학원교습을 마친 학생을 태우려는 학부모들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오후 10시 이후 학원교습 시간이 금지되면서 학원이 밀집한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가 때아닌 교통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원이 끝나는 오후 10시만 되면 자녀를 마중나온 학부모 차량과 학원 통학차량이 학원 주변 도로변에 몰리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이달 5일 오후 9시 30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퇴근길 정체가 풀린 시간인데도 도로변에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편도 5차로인 수성구청 앞 도로변에는 30여 대의 승용차와 학원 통학버스가 빼곡히 들어찼고, 도로가에 주차하지 못한 차량은 2개 차로를 차지한 채 비상등을 켜고 도로를 막았다.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이곳은 매일 밤마다 자녀를 마중나온 학부모들의 차량과 학원버스들이 도로를 차지하면서 아주 혼잡하다"고 했다.

오후 10시가 되자 차량 정체는 절정에 달했다. 자녀를 태운 뒤 빠져나가려는 차량과 주차하려는 차량이 뒤엉켰고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일부 차량이 이면도로 입구까지 막자 학생들을 태운 25인승 학원버스 2대가 인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 도로에 진입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버스의 진입에 놀란 차량이 요란스럽게 경적을 울리며 피했다. 차량 정체는 이후 1시간이나 계속됐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김영호(57) 씨는 "학원버스와 학부모들의 승용차, 승객을 태우려는 택시까지 몰리면서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며 "버스정류장까지 점령한 차량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 한가운데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불평했다.

때아닌 교통지옥은 심야교습시간 제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야간에도 통행량이 많은 구간인데다 인근 학원들이 같은 시간대에 한꺼번에 마치면서 학부모들의 차량과 학원 통학차량이 동시에 몰린 때문이다. 학원차량 기사인 정병락(58) 씨는 "심야교습시간 제한 이후 학부모 차량이 2배 이상 늘었다. 갓길에 차를 뒀다간 도로까지 빠져나가기 힘들어 처음부터 인도에 차를 두고 학생을 태운다"고 털어놨다.

앞다퉈 지나가려는 차량과 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이 맞물리면서 교통사고 위험도 따랐다. 주민 박원일(66) 씨는 "차가 막히니까 신호에 걸리지 않으려고 횡단보도에서 차들이 속도를 더 낸다"며 "정차한 차들 사이로 보행자들이 걸어다니면서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여러 번 목격했다"고 했다. 학부모 김은숙(43'여) 씨는 "워낙 차가 밀리다 보니 벌써 두 번이나 접촉사고를 냈다"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야간 경찰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인력을 더 배치해서 2, 3중 주차를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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