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양 신공항 다시 날 것입니다" 엄용수 밀양시장

신공항 재추진 결의, 시장 사퇴 번복

엄용수 밀양시장이 시청사 앞에 있는 기증받은 비행기 조형물 앞에서 이런 표정으로 말했다.
엄용수 밀양시장이 시청사 앞에 있는 기증받은 비행기 조형물 앞에서 이런 표정으로 말했다. '밀양 신공항 유치가 확정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용수 시장이 인터뷰 도중 여러 가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엄용수 시장이 인터뷰 도중 여러 가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미리 백지화 결론 내놓고, 지역민들을 마지막까지 이토록 고생시켰습니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생각하면 할수록 시쳇말로 '열 뻗친다'고 했다. 현 정부의 밀양 신공항 백지화는 계획된 것으로 아주 의도적으로 지역민을 분열시키고, 좌절에 빠뜨렸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동남권 신공항 결정을 앞두고, 서울에 머무르면서 이미 백지화 분위기를 읽었지만 결정이 날 때까지 시민들에게 희망을 끈을 놓지 않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그 독려는 물거품이 됐다.

엄 시장은 백지화될 경우, 시장 사퇴를 계획하고 있었다. 백지화 발표 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3일간 지지자들이 찾아와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래서 '혼자 있고 싶다. 어디 다녀오겠다'고 하자, '그럼 수행하는 사람 3명과 함께 가라'고 해, 경북 경주의 감포와 포항의 구룡포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고민하다 시장직을 계속 맡으면서 밀양 신공항 추진을 더 열심히 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며칠 만에 사퇴 의사를 철회했지만, 명분은 분명히 밀양 신공항 재추진이다.

부산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부산은 소아병적 지역 이기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밀양 유치를 계획적으로 방해한 정황도 있으며, 영남권 전체를 위한 양보의 마음은 조금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우린 가덕도가 신공항을 유치해도 승복하겠다고 했지만, 부산은 그런 자세도 없었습니다. 부산은 야구 제9구단 창단에도 반대했습니다. 부산의 이기주의에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대구경북과 함께 다시 한번 뛰겠습니다!

엄 시장은 대구경북과 매일신문에도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밀양 신공항 유치라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힘을 모으고 최선을 다해 페어 플레이를 펼쳐준 데 대한 고마움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함은 잠시다. 이내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는 8일 대구에 와서 지역의 언론사에 감사의 말을 전했고,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이번 실패가 결코 끝이 아닙니다. 신공항은 시기가 문제지 꼭 이뤄야 할 지역의 숙원사업입니다."

그는 이 정부의 실정을 또 꼬집었다. 신공항 후보지 결정을 공모 방식으로 한 것은 지역 분열을 조장하고, 소모적인 에너지 낭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엄 시장은 "다음 정부에서는 공모 방식이 아닌 지역 균형발전과 영남권 2천만을 위한 대의적 차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대승적인 차원의 4차원 테이블 예도 흥미로웠다. 그는 최선'차선'차악'최악이라는 4가지 테이블을 놓고 봤을 때, 이번 결정은 최악 중의 최악일 수밖에 없다는 것. 밀양을 비롯한 4개 시'도엔 차악인 부산 가덕도로 신공항이 가더라도 백지화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영남권의 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엄 시장은 "다음 정부나 다음 국회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영남의 제2의 도약을 이끌 수 있는 결정을 해 줄 것을 믿는다"고 확신했다.

◆변신의 귀재, "확확 변한다"

엄용수라는 밀양시장, 휴먼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보자. 우리 나이로 47세. 밀양에서 고교(밀양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전 4학년 2학기에 공인회계사(CPA)시험에 합격했다. 안건회계법인 등에서 4년간 일하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정치에는 그다지 뜻이 없었다.

하지만 밀양청년회의소(JC) 회장을 맡고 밀양대 겸임교수, 지체장애인 후원회장 등을 역임하다 보니 정치에 뜻을 품게 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해서 과감하게 2006년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밀양시장에 당선됐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이 해체될 때 노 전 대통령이 '각자 갈 길을 가라'고 하자, 바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일종의 철새나 배신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는 사실 밀양 신공항 유치를 위해서는 여당에 입당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여권과 함께 발맞추며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그야말로 물을 먹었다.

과감하게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방콕'(집에 머묾)을 했지만 지지자들에 대한 생각과 백지화 이후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시정에 다시 복귀했다. 그는 차분한 가운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사실 여'야 대권주자 누가 대권을 거머쥐게 되더라도 영남권을 위한 신공항 유치는 꼭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번 밀양 유치전 때 뜻하지 않은 폭행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도 하다. 지난 설 연휴에 잘 아는 후배가 밀양역에서 신공항 유치 반대 홍보물을 뿌리며 유치 방해를 하자, 엄 시장은 뒷배경까지 알고 분노가 치밀어 뺨을 한 대 때렸다. 이 때문에 그는 '밀양시장, 시민 폭행'이라는 언론의 뭇매를 맞았으며,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밀양 직격탄 맞아, 땅값 뚝뚝

밀양지역 땅값이 많이 내렸다. 엄 시장은 "물어 무엇하냐?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밀양시내 아파트 가격도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3.3㎡당 10만원가량 떨어졌으며, 거래도 뚝 끊겼다고 한다. 특히 신공항 후보지인 밀양 하남읍 인근 상남면과 초동면 심지어 창녕군까지 신공항 붐을 타고 지난 3년간 2~3배가량 가격이 올랐으나, 이제는 부동산 거래 실종이라는 역풍을 맞게 됐다.

엄 시장은 이런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원칙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모든 것이 서울사람과 지역에서 올라간 서울화된 사람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지역은 항상 찬밥이고, 뒷전입니다."

현 정부의 지역 발전 정책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의 신공항 백지화 이후 기자회견은 하지 않은 것만 못했습니다. 진정성도 없었을뿐더러, 사과보다는 백지화에 대한 정당성을 역설하는 태도였습니다. 지역의 균형발전에 대한 마인드는 아예 없습니다. 한 번도 지역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다, 이제 와서 '챙기겠다, 약속하겠다'고 한 것은 아이러니 중 아이러니"라고 입을 다물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도 원칙적 수준에서의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밝혀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지만, 다소 부산의 눈치를 보는 것과 대선을 앞두고 손해 보지 않으려는 소극성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기자와 함께 오찬을 하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서 한마디 덧붙였다. "사실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고, 온갖 얘기 다하고 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권 기자! 밀양 신공항 다시 날 겁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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