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이스트의 비극] "총장님 살려주세요" "저희는 꿈꾸는 대학생이 되고 싶습니다"

"총장님 살려주세요"

"저희는 꿈꾸는 대학생이 되고 싶습니다"

올들어 네번째 학생 희생자가 나온 대전 카이스트 총학생회 게시판에 붙은 글이다.

올들어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은 1월8일 1학년 조모(19)씨, 3월 20일 2학년 김모(19)씨, 3월 29일 4학년 장모(26)씨, 4월 7일 2학년 박모(19)씨 이다.

전문계고 출신 로봇 영재인 1학년 조 모씨는 성적과 여자 친구 문제 고민으로 약물사 했으며, 3월 20일에 아파트에서 투신한 김모씨는 과학고 출신이다. 자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3월 29일에 아파트에서 투신한 4학년 장모씨는 강남지역 고교 출신으로 조울증이었으며, 지난 7일 아파트에서 투신한 박모씨는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 출신으로 우울증을 호소했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그렇게 하소연했건만, 카이스트를 이끌어가는 교육 당국자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웰빙과 해피니스가 최고의 가치덕목으로 떠오른 21세기에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에 이어 카이스트 교수까지 자살이 더해져 카이스트의 봄은 봄이 아니다.

올 들어서만 4명의 학생이 자살한 대전 카이스트(KAIST) 캠퍼스에는 무거운 정적이 감돌고 있다. 총학생회 사무실 앞 서남표 총장에게 전달할 건의사항을 적은 게시판에는 '총장님 살려주세요' '저희는 꿈꾸는 대학생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대자보에 하소연한 3학년 학생의 글이나 '총장님 살려주세요' '저희는 꿈꾸는 대학생이 되고 싶습니다'고 하소연 하는 학생들의 글에서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 가늠케 했다.

대부분 과학고 출신이나 전교 수석을 다투는 학생들이 진학한 카이스트는 최근 재선된 서남표 총장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모토로 성적이 나쁜 학생에 대한 징벌적 수업료 부과가 계속되어 왔다.

이에 대해서 적지 않은 구성원들이 강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느낀 것은 사실이다. 성적이 안 나오면 국가에서 이공계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 잘리고, 또한 학기당 6백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야하는데, 그건 일종의 낙인이다. 카이스트 구성원에게도, 가족에게도 성적이 나쁜 학생, 자녀로 낙인찍히고, 징벌적 수업료까지 내야한다. 카이스트 대학생으로서는 참기 어려운 굴욕이다.

과학고나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일반고 수석을 다툰 학생들이 카이스트에서 성적 때문에 '벌금'같은 등록금을 내는 굴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두푼도 아니다. 성적이 부담되어서인지 휴학신청을 하는 학생은 갈수록 많아진다.

실제로 학내 상담센터에 이뤄지는 연간 2천여건의 학생 심층상담 가운데 진로나 대인관계, 이성문제 등보다 성적에 관한 것이 15% 안팎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카이스트 학부 휴학생 추이는 2009년 1학기 620명, 2010년 1학기 753명, 2011년 1학기 864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뉴미디어국장 최미화 기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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