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가 매우 건조하다. 산불 등 화재예방을 위해 건조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렸다. 봄비가 오면 '뫼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에게/ 주무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 잎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라는 시가 생각난다. 조선 선조 때의 홍랑이 임에게 보내는 간곡한 사모의 정을 버드나무 가지를 빌려 표현한 시다.
시에 나오는 밤비가 봄비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비가 온 뒤에 버드나무 가지에서 새 잎이 돋는 것을 볼 때 봄비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봄비는 반갑지 않은 것 같다. 며칠 전에도 봄비가 내렸는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비'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퇴근길에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에 우산을 잘 사용하지 않는 나조차 무의식 중에 손에 우산을 들고 갔으니 방사능 비가 무섭기는 무서운가 보다.
치과에서도 치료를 하다보면 간혹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들이 있다. 며칠 전에도 어떤 여자 분에게 방사선 사진을 찍어 진단하자고 했더니 "오늘 방사능 비도 내리는데 또 방사선 사진을 찍어야 하느냐"며 불안해 했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방사선량은 아주 적어 걱정할 것이 없다고 설명하고 진료를 했지만 여전히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요즘은 많은 치과 장비가 디지털화됐다. 방사선 사진도 모니터로 전송받아서 본다. 한 번은 젖니가 흔들려 이를 뽑으려고 온 아이가 모니터에 보이는 자기 방사선 사진을 보고 "엄마 알은 어디에 있어?"라며 대뜸 물은 적이 있었다. 아이의 엄마에게 영구치가 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눈에는 아마 맹출 중인 영구치가 알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한참을 웃었다.
방사선을 처음 발견한 뢴트겐이 아내의 손을 찍었는데 허연 손뼈를 본 뢴트겐의 아내가 놀라서 자신의 죽음을 미리 봤다고 외쳤다는 일화도 있다. 방사능 비가 인체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방사성 물질 확산에 대한 불안감은 큰 것 같다.
또 봄비가 내린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마스크를 하고 비옷을 입으면서 최대한 방사능 비를 피할 것이다. 봄비를 보면서 아무런 대비 없이 온몸으로 방사능 비를 맞고 있는 말 못하는 무수한 자연의 생명체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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