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 두뇌의 산실이라는 카이스트가 요동치고 있다. 올해 들어 발생한 잇단 학생과 교수의 자살 사건 때문이다. 지난 1월 전문계고 출신으로 로봇 영재로 입학한 학생이 자살하는 등 모두 4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교수가 자살했다.
이들 죽음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로봇 영재 학생의 죽음은 지난해 잇따라 학사경고를 받은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다른 학생들은 2학년, 4학년, 휴학생으로 대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수는 연구 인건비 유용 문제로 교육과학기술부 감사를 받고 있었다. 카이스트 측은 학생의 잇따른 자살은 학교 체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성적에 따라 적용하던 차등 등록금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카이스트는 2006년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대학 개혁의 선두 주자였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를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발돋움시키겠다는 목표로, 모든 과목 영어 수업, 차등 등록금제, 교수 정년 심사 강화 등을 실시했다. 일부에서는 학생과 교수를 지나친 경쟁으로 내몬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서남표식 개혁'이라고 불리며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서 총장의 개혁은 결국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셈이 됐다. 경쟁 지상주의가 빚은 비극이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대학도 경쟁력 싸움에서 예외가 아니다.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현재의 카이스트처럼 극한의 경쟁을 유발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카이스트는 다시는 아까운 영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학교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총장님 살려주세요' '저희는 꿈꾸는 대학생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하는 학생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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