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 언론에 지방은 수도권 종속물?

지역민 "국익 가장 신공항 무산 앞장에 좌절"

"지방의 현실을 알려고도, 이해하려고도 않는 서울지역 언론의 벽에 엄청난 좌절감을 느꼈다. 지역 출신 언론인데도 '씨알'이 안 먹혔다."

동남권 신국제공항 홍보를 위해 지난달 서울에서 수도권 언론인을 만난 대구시 한 고위 공무원은 동남권 신국제공항이 백지화 된 이후 동료들에게 울먹이며 토로한 말이다. 그는 "수도권 언론을 극복하지 못하고는 지방은 없다"며 서울지역 언론 절독을 선언했다.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계기로 영남권 주민들이 국익을 가장해 신공항 무산에 앞장서 온 서울지역 언론에 대한 불신과 기피감이 심화되고 있다.

시민 이규철(43'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서울지역 언론이 지방을 잘 아는 것처럼 신공항 무용론을 강변하고 있지만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서울지역 언론이 지방을'무지(無知)하고 지역 이기주의에만 매달리는 집단'처럼 묘사하는데 분노와 함께 속이 뒤틀렸다"고 분개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이창용 상임대표는 "서울지역 언론은 자신들의 주장은 나라를 위한 주장인 것처럼 가장하고, 지방 사람들이 하는 주장은 지역이기주의와 생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지역 언론의 행태는 일회성이고. 단순히 비롯된 것이 아니라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종의 허상이자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지역 언론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는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지역 언론의 지방 무시 행태와 기만성을 알리고, 서울지역 언론 절독운동을 제안한다.

서울지역 언론의 지방무시적 발상과 보도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예견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진형 금오공대 교수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분권운동이 일어났을 때 반대한 핵심세력이 정부의 경제관료, 국회의원, 도쿄 거주 유력가, 도쿄의 메이저 언론이었는데 이 중 가장 핵심세력은 도쿄에 본사를 둔 언론이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신공항 사태에서 우리의 반분권 세력이 여실히 드러났는데 서울지역 언론이 신공항 무산에 앞장 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의 존재기반에 대한 특별한 고민 없이 지금의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지방은 수도권과의 상생의 대상이지 희생과 굴욕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공항 사태 때문에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서울지역 언론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최근 직원 정례조회에서 "서울지역 언론과 우리나라 파워 엘리트의 수도권 중심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방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두 번, 세 번 찍어서라도 넘어 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앞으로의 가장 큰 걱정은 수도권 중심의 사고인데 서울지역 언론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방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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