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급식 공개입찰의 그늘] <상> 저가 ·저질 식재료 난립

부정 막으려다 '위생사고 시한폭탄'

대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영양사, 조리사, 학부모가 함께 급식 식재료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영양사, 조리사, 학부모가 함께 급식 식재료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올해부터 학교 급식 식재료 구매방법이 공개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저가의 질낮은 식재료가 판치고 있다. 공개경쟁입찰은 수의계약에 따른 부정의 소지를 막고 특정업체 제품이 독식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질이 크게 떨어지는 식재료가 아이들 급식상에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청렴도는 잡았지만 질은 저하

대구시내 모 초등학교 영양교사 이정화(가명) 씨는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국산 부침용 두부를 주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식재료 구매예정표에는 평균 단가 1만4천500원(3㎏ 국산 1판 기준)짜리를 주문했지만 실제 손에 들어온 것은 1만3천원대의 최저가 제품이었다. 이 씨는 "예전에 받았던 제품보다 질이 너무 떨어져 결국 업체에 물건을 바꿔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했다.

학교 급식에 저가 식재료가 판치는 것은 식재료 납품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 대구시교육청은 올 3월부터 각급 학교의 식재료 구매방법을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한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대구지역 급식 학교 438개교 중에 직영급식을 하는 400여 곳이 적격업체 지정방식에서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했다. 영양교사가 매달 구매품목과 구매량, 구매예정가 등을 작성해 입찰을 올리면 납품업체들이 최저가 낙찰을 받는 식이다.

공개입찰에 따라 납품업체와 학교 측의 부정한 결탁은 사라졌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은 낮은 낙찰가에 따른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저가 식재료를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농산물은 제품에 따라 최고 두 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두부의 경우 제조업체별로 1만4천~2만1천원(국산'부침용'3㎏ 기준)까지 30% 이상 차이가 난다. 깐 양파도 지역의 모 업체는 ㎏당 1천800원이지만 가장 비싼 업체는 3천750원이나 된다.

대구시내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학교에서 1천만원으로 구매의향서를 올리면 1천200만∼1천300만원 정도는 받아야 이윤을 남길 수 있는데 경쟁입찰로 1천만원 이하에 낙찰받는다"며 "무리하게 단가를 낮춰 낙찰을 받은 뒤 저가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속이나

저가 식재료 납품이 일반화되면서 식재료 질 저하가 눈에 띄고 있다. 특히 가격과 품질 차이가 수시로 변하는 농수산물의 경우 원산지 바꾸기 등 눈속임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구지법은 최근 학교급식업체에 농산물을 납품하던 한 업체 대표 M(36) 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M씨는 지난해 10월 대구 매천시장에서 중국산 우엉과 도라지 4천㎏(시가 1천900만원 상당)을 구입한 뒤 자신의 공장에서 가공해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바꾼 뒤 2천700만원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산물 가공업체 한 관계자는 "마늘의 경우 국산과 중국산을 7대3 비율로 섞은 뒤 세척해 포장하면 전문가도 구별하기 힘들다"며"가격을 맞추려면 원산지를 속이고 섞어 납품하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농산물 구입 시간을 신선도가 떨어져 가격이 내려가는 오후 시간대로 바꾸는 수법도 흔하다. 시금치의 경우 오전에는 1단에 1천원대지만 오후에는 700~800원까지 떨어진다. 또 햇오이 대신 도매가가 3천~4천원이 싼 묵은 오이를 납품하기도 한다. 또 감자나 양파 등의 농산물은 신선도를 확인할 수 없도록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납품하고 있다. 싼 제품만 들어오다 보니 원하는 제품을 받기 위해 아예 가격이 비싼 제품을 복수지정하는 학교도 생기고 있다.

급식이 공개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영양교사들의 불만과 우려가 크다. 한 영양교사는 "질 낮은 식재료 때문에 아이들에게 식중독 등 건강을 해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까 매일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위생사고 등의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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