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에서] ▶최상현 작 '라이트 컬러'(Light Colors)

일상에 지친 그대, 시름 달래줄 한줄기 빛

직경120cm, 캔버스에 아크릴
직경120cm, 캔버스에 아크릴

최상현은 빛의 화가이다. '광야에서 빛으로', 그의 근작들은 빛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원형의 작품 '라이트 컬러'(Light Colors)가 전시된다. 원형의 특수 캔버스 위에 보라색 아크릴 물감이 두껍게 입혀져 있고, 그 위를 수많은 스크래치 된 흔적들이 소용돌이를 이루면서 선회하고 있다. 화면 앞에 마주서면 작품의 중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이 일기도 한다.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몇 걸음 움직여 보면 원형 가운데서 방사형으로 확산되는 하이라이트의 잔영들이 마치 나침판의 바늘처럼 함께 회전하면서 변화를 이루어낸다. 감상자의 움직임에 따라서 회전하고 있는 그림 속의 빛의 흔적은 끝임 없는 흥미를 일으키며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최상현은 빛을 그리지 않는다. 빛을 화면 위에 담아낸다. 그의 고안은 특별하다. 아크릴물감에 광택을 더하기 위해 펄(pearl)을 혼합해 사용하는가 하면, 방향을 달리하는 반복된 묘법에 의해 질감의 효과를 살린다. 그는 나이프를 사용한 스크래치의 방법으로 화면에 질감의 깊이를 더하여 빛의 반응을 보다 강화시킨다. 스크래치 된 각 면의 깊이와 방향에 따라서 동일한 색상이 다양한 변화를 나타내게 된다. 광선예술, 미니멀, 모노톤 등 현대의 다양한 양식들과 조우하면서 빛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보여주고 있는 최상현의 그림 앞에서 작가의 마음에 비친 빛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최상현의 작업이 광야의 인생길을 가는 모든 이들에게 한줄기 빛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오의석 대구가톨릭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최상현초대전 (~22일까지, 인터불고갤러리, 602-7311, 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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