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대라서 불리 'NO' 나만의 스펙이 경쟁력

대학생 공모전 달인들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학생들이 교내 스튜디오에서 공모전에 출품할 영상작품의 편집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학생들이 교내 스튜디오에서 공모전에 출품할 영상작품의 편집작업을 하고 있다.

엇비슷한 토익 점수, 학점으로는 좁은 취업 문을 뚫기가 어렵다. 이제는 필수 사항처럼 돼버린 해외어학연수나 봉사활동도 더 이상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 남과 다른 나만의 경력은 없을까. 각종 공모전에 도전해 나만의 스펙을 만들어가는 공모전의 달인들을 만나봤다.

영남대 4학년 박재범(24'경제금융학부 06학번) 씨는 최근 대구 중구에 '아트 솔루션'이라는 개인 사무실을 냈다. '소셜 벤처 기업'을 표방한 이 업체는 신진 화가나 미대 대학원생의 작품들을 소개해 판매를 돕거나, 뜻있는 이들이 공동 구매해 복지시설 등에 기부할 수 있는 온라인 장터를 꾸미고 있다. 박 씨는 "문화 빈부 격차가 크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최근 공정무역이 화제가 되는 것처럼 예술가들은 작품 판매 활동을 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부담없는 가격에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군 제대 후 각종 공모전에 도전, 지난 한 해만 8개의 상을 수상한 그는 지난해 10월 대구시로부터 청년 CEO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공을 살려 기업이나 중소기업청, 특허청 등이 주최하는 각종 창업경진 대회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10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대구경북권 소셜 벤처 기업 공모에서 예술가들에게 1인 갤러리를 주자는 아이디어로 대상을 타기도 했다. 박 씨는 "하루 3, 4시간만 잠을 자면서 공모전에 매달렸다"며 "공모전은 순수하게 아이디어와 프레젠테이션 실력을 보기 때문에 지방대 출신이라는 불리함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계명대 4학년 제갈현열(27) 씨는 '공모전 헌터'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이력서를 보면 각종 공모전 수상 경력만 30여 개가 넘는다. 지난 1월에는 잡코리아가 주최한 '글로벌 프론티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제안서를 제출한 총 700여 개 팀 중 15개 팀만이 1차 통과한 이 공모전에서, 그는 소통형 숙박시설을 제안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다. "1차 통과 자격으로 아프리카에 23일간 다녀왔어요. 외국인 관광객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아프리카의 숙박시설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숙박시설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죠."

지난 2월에는 세계 3대 광고 공모전이라 불리는 뉴욕페스티벌에 응모했다. 그는 PSP라는 오락기 홍보를 위해 오락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지문이 닳아 없어진 상황을 재기발랄하게 그렸다. 특히 토론을 좋아한다는 그는 지난해 10월 한 방송국이 주최한 토론 배틀에 참가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로 이뤄진 상대 팀을 제치고 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기성 세대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 대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상들이 공모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비결을 전했다.

대학 내 공모전 동아리도 활성화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에 소속된 4개 동아리는 각종 UCC 및 다큐멘터리 작품 공모전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종합유선방송사 CMB가 주최한 '시청자 참여 방송대상' 학생 부문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았고, 2009년에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방송통신 이용문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는 등 20여 명의 학생이 각종 공모전에 참가해 상을 받았다.

드라마 PD가 꿈이라는 4학년 배윤주(22'여) 씨는 공모전 5회 출품에 3회나 수상한 실력파. 배 씨는 "공모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대회 취지에 부합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흔히 볼 수 있는 영상은 피하고 기획한 내용을 자신있게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학 남종훈 교수(언론광고학부)는 "공모전은 광고 분야만 해도 한 해 수백여 개가 열릴 정도로 최근 활성화되고 있다"며 "공모전 준비 과정을 통해 기획과 발표 능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취업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남다른 취업 스펙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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