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돌고 돈다. 인과(因果)를 가지고 돌고 인물과 의지에 따라 돈다. 세월을 돌아보면 때로 혼돈과 혼란이 시련을 야기하고 고통을 안겼지만 이 또한 새로운 물결의 시작일 뿐이다. 시련을 잉태한 혼돈의 서막은 15년 전 1996년 6월에 시작되었다.
이른 여름이 다가왔던 그해 6월 20일 삼성 라이온즈 박석진이 한화 이글스의 송지만에게 9회말 끝내기 만루 홈런을 허용하면서 역사는 이미 먼 미래를 향해 새로운 장을 펼치고 있었다. 이후 6연패를 당하면서 2위에서 6위로 곤두박질한 삼성은 무성한 잡음과 불협화음에 휩싸였다. 당시의 삼성은 여러 사람의 운명도 함께 바꾸어 놓았다.
시즌이 끝나면서 김성래와 이종두, 강기웅이 삼성을 떠났고 사장과 단장도 함께 경질됐다. 그 해 백인천 감독을 영입해 내심 우승을 바랐던 삼성이었지만 오히려 그로 말미암아 새로운 과제만 떠안게 된 것이었다.
12월이 되면서 난국을 위한 해결사가 등장했다. 전수신 전 사장이었다. 막강한 파워를 가진 그는 양손에 칼과 돈을 쥐고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했다. 정경배와 김한수, 이승엽 등 영 파워로 무장해 재도전에 나선 이듬해 쌍방울 레이더스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나섰지만 LG 트윈스에 패하자 마침내 그는 칼을 들었다. 서정환 감독을 전면에 내세워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씁쓸했던 이만수의 퇴장에서부터 양준혁과 임창용의 트레이드, 김응용 감독의 영입 추진까지 그는 오로지 우승만을 추구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만이 맛을 알듯 우승도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지론이었다.
비록 김응용 감독의 영입에 차질을 빚어 전수신 사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미 정해진 프로젝트는 바뀌지 않았다.
2001년 김응용 감독과 함께 해태 타이거즈 출신의 코치들이 줄을 잇자 팬들로부터 '삼성 타이거즈'라는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야구장을 찾는 올드팬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우승에 대한 염원이 무엇보다 절실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마침내 2002년 김응용 감독이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일궈냈고 뒤를 이은 선동열 감독도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그러나 돌아보면 삼성은 그토록 원하는 것을 얻긴 했지만 지역 팬들의 무한한 사랑을 얻지는 못했다.
우승이 무엇인가? 우승을 꼭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루어야 하는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힘으로 할 수는 없었을까?
'필연의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버스를 불태우면서까지 원년부터 함께 희비를 나눴던 팬들에게는 상처가 됐던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를 이해하고 응원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뜻밖이지만 이제 돌고 돌아 마침내 제자리에 온 느낌이다.
진심으로 손을 내밀면 뿌리치겠는가. 올드팬이여 야구장으로 가자. 추억이야 다시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최종문 대구방송 야구해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