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공항 백지화 정치적 계산" 정두언의 고백

백지화 일등공신 대구특강 들어보니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1일 대구시 신천동 영남타워 대강당에서 강연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1일 대구시 신천동 영남타워 대강당에서 강연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고추 말리기 위해 22조원을 들여 신공항을 만들어야 하냐'는 발언으로 영남 지역 사람들의 공분을 산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1일 대구를 찾아 적절치 못한 표현이었다며 사과했다. 이날 오후 대구에서 열린 '100인 포럼'(상임대표 탁성길) 초청 특강에 나선 정 최고위원은 "고추 이야기는 (표현이) 적절치 못했습니다. (영남지역 주민께) 깊이 사과합니다"라고 했다.

'신공항 백지화'의 일등공신이라는 인식 때문에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강연회장은 정 최고위원의 '사과' 발언으로 다소 부드러워진 듯 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지지하는 생각은 바꿀 수가 없음을 분명히 하자, 참석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정 최고위원은 "(지방이 직면한) 차별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추상적이었던 것 같다"며 "반성을 많이 하고 많이 배웠다. 앞으로 지방이 느끼는 차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을 내건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로 결정나지 않았다면 (한나라당은) 작살났을 것"이라며 "신공항이 밀양으로 됐다면 부산 민심은 '이명박 탈당하라'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총이 있으면 총 들고 들어올 태세였다. 가덕도로 됐다면 대구경북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총선에서 작살나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신공항은 어떻게 결론나더라도 마이너스였다. '그중에 마이너스가 최소화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입장에서 그런 결단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의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지금처럼 어려운 지경에 몰리게 된 이유 두 가지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친박계를 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정권 초반에 친박계 인사를 중용했으면 친이'친박 갈등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를 불러온 친인척 문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최고위원이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것이라고 보느냐"고 참석자들에게 묻자 참석자들은 "성공해서는 안된다"고 외쳐 신공항 무산으로 인한 성난 민심이 그대로 전달됐다.

한 참석자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신공항 백지화 결정 역시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지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5년 발족한 대구경북 100인 포럼은 지역의 학'경제'법조계 등 40, 50대 인사들로 구성됐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