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한 시즌 30승 '너구리 투수' 장명부

'너구리'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속을 보여주지 않는 음흉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장명부(1950~2005)가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데뷔했을때 일본에서 한물 간 투수를 데려온 줄 알았다. 시범경기에서 난타당했지만 시즌이 개막되자 확 달라졌다. 타자들을 갖고 놀았다. 슬슬 던지다가 중요한 순간엔 전력 투구했다. 30승 16패 6세이브. 영원히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한 팀당 1년에 100경기를 치렀는데 60경기에 등판했으니 요즘 같으면 '선수 보호'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돈에 욕심 나 그렇게 무리했다"고 한다. 당시 구단 관계자가 농담처럼 30승을 하면 보너스 1억원을 주겠다고 해놓고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13년간 91승, 한국에서 4년간 55승을 거둔 좋은 투수였다.

돗토리현에서 태어나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가난했고 재일교포여서 차별받으며 컸다. 그래서 돈을 위해 국적과 자신의 이름을 자주 바꾸고 도박과 마약에 탐닉했는지 모른다. 2005년 오늘, 자신이 운영하는 와가야마현의 마작 하우스에서 숨졌다. 병으로 죽었다고 하지만 방탕한 생활의 후유증이 아니겠는가.

박병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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