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대표하는 스포츠는 야구일 것이다. 일부 이견이 있겠지만 야구는 대구시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1960, 1970년대 경북고와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로 대표되는 고교 야구는 한국 아마야구의 전설로 남아 있다. 여기에 1982년 국내 첫 프로 스포츠로 출범한 프로야구 무대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를 연고지로 삼아 첫발을 뗀 후 올해 30주년을 맞고 있다.
이달 2일 프로야구 2011 시즌이 개막됐다. 2010 시즌 후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새 옷을 갈아입은 삼성은 예전 팀 컬러였던 '호쾌한 공격야구'를 선언했다.
그런데 올 시즌 삼성은 무서운 시험대에 올라 있다. 2000년대 들어 등을 돌린 연고지 야구팬들을 야구장으로 다시 불러들여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 야구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다. 국내 프로야구는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출범 후 줄곧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머물러 있다 최근 롯데를 중심으로 팬과 함께하는 진정한 야구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관중 2만 5천 명 이상을 수용하는 롯데의 부산 사직구장, SK의 인천 문학구장, 두산'LG의 잠실구장에서 야구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구에도 2만 5천 명을 수용하는 새 야구장이 2014년 완공된다.
이런 시점에서 올해 삼성은 대변신을 추구했다. 삼성의 '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3차례(2002, 2005, 2006년) 일군 주역들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이다. 김응용 사장이 물러나면서 승진 1순위로 여겨졌던 김재하 부사장도 옷을 벗었고, 선동열 감독은 2선으로 후퇴했다. '국보 투수'로 추앙받은 선동열 감독이 임기 중 퇴진당할 것으로 누가 생각했을까. 아직까지 기자에게 김 부사장과 선 감독이 "왜 잘렸는지를 모르겠다"며 이유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만년 2등에 머물러 있던 삼성을 1등으로 끌어올린 주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대구에서 선진 야구 문화를 구축,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이들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민야구장과는 확연히 다른 큰 시장인 새 야구장에서 직접 장사해야 하는 입장에서, 전임자들의 사업 방식과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실제 통계를 보면 삼성의 성적과 흥행이 반비례한 아이러니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첫 우승의 쾌거를 달성한 2002년 대구구장의 1경기 평균 관중은 3천697명에 불과했다. 이는 1경기 평균 관중 수에서 역대 최하위 2위 기록이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2006년에도 평균 관중은 3천933명(역대 최하위 3위)에 머물렀다. 2위를 한 2004년에는 평균 관중이 2천923명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삼성이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낸 1994~1996년(5-5-6위) 대구구장에는 관중이 넘쳐났다. 1995년은 평균 관중 9천904명으로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이 해 대구야구장은 55경기 중 30경기 만원사례를 빚었다.
이처럼 성적과 흥행이 거꾸로 간 것 때문에 야구단의 수뇌부가 모두 경질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 대표이사가 된 삼성의 김인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팬과 함께하는 야구'를 강조했다. 김 사장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가운데 진정한 우승을 일궈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를 통해 프로야구단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하지만 우려스런 점도 많다. 야구 인기가 절정을 치닫는 등 시대적 분위기는 좋지만, 흥행과 성적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제는 야구단의 돈줄인 삼성그룹과 김인 사장에게 달려 있다. 기자는 삼성이 최악의 성적을 거뒀지만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1990년대 중반 야구 담당을 했다. 당시 삼성은 우승에 혈안이 돼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저질렀다. 그룹 내 능력 있는 인사들을 사장과 단장에 포진시키고, 돈을 앞세워 자유계약선수(FA)를 마구잡이로 영입했다. 코칭스태프에는 지역 정서와 거리가 먼 인사들이 포진했다.
물론 삼성은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2000년대 들어 한국시리즈 우승의 숙원을 풀었지만, 프로야구의 한 축인 팬들을 잃었다. 야구팬은 프로야구의 존재 이유다.
변화를 추구한 삼성이 성적이나 흥행 등 실적에 조급증을 보이는 일이 더 이상 빚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야구 문화 정착'이란 큰 그림을 향해 투자해야 한다.
김교성(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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