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A중학교 1학년 김모(13) 군은 요즘 사회과목 수업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다.
1주일에 5일이 사회 과목 수업이 배정돼 있다. A학교는 올해 1학년 1학기에 사회과목을 모두 가르칠 계획이다. 예전 같으면 2년에 걸쳐 가르쳤어야 할 과정을 한 학기에 몰아서 한다는 것이다. 김 군은 "사회과목이 진도도 빠르고 내용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올해부터 전국의 초1'2, 중1, 고1 학년에 적용되고 있는 '교과집중이수제'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교과집중이수제는 2009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학생들이 동시에 배우는 과목 수를 줄여 학습 부담을 덜어주고 학습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올해부터 초'중'고교에 적용되는 새로운 수업 편성방식으로 각 학교가 과목별 수업 시기를 자율적으로 편성해 한 학기에 8과목 이내에서 수업하도록 했다. 국어'영어'수학을 제외한 사회'음악'체육'기술 등 단위 수가 적은 과목을 3년 가운데 특정 학년에 몰아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교과집중이수제를 한 마디로 '몰아치기' 수업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부작용이 심각하다.
학교마다 이들 과목을 배우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서 전학을 온 학생의 경우 어떤 과목은 이미 배웠던 것을 또 배워야 하고, 또 다른 과목은 아예 배울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 학교의 경우 해당 담당 과목 교사 부족으로 교과서 중간부터 수업을 하는 곳도 있다. 게다가 집중이수 학기에는 해당 과목 교사가 부족하고, 집중이수가 끝나면 해당 과목 교사가 필요하지 않아 소수 과목의 경우 기간제 교사가 양산된다는 지적이다.
대도시나 농촌지역 학교가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대구의 한 학부모는 "교과집중이수제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집중이수제 과목을 일반 사설학원에서 다시 배워야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교사는 "사회'도덕 같은 경우 교과 내용이 학생들의 두뇌 발달 단계와 연계되는데, 한꺼번에 몰아 배우면 수업내용 습득이 힘들어 교육의 질적 하락을 불러 올 수 있다"면서 "미술'음악을 통한 인성 교육은 3년간 꾸준히 진행돼야 하는데도 한 학기에 몰아치기함으로써 인성교육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교육당국의 고민도 깊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과집중이수제는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여주자는 게 가장 큰 취지지만 부작용도 크다"라며 "전학생의 경우 해당 학생이 신청하면 방과후나 방학 등을 활용해 해당 과목을 개설해 주거나, 거점 학교를 지정해 학생들을 모아 특정 과목을 가르치는 등 보완책을 마련 중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걱정스럽다"이라고 밝혔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