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봄 극장가에 일본 영화 두 편이 나란히 개봉된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이미 친숙한 작품들이다.
14일 개봉되는 '클로즈드 노트'는 휴대전화 사이트에 연재된 소설을 원작으로 일본에서는 2007년 개봉해 180억원의 수입을 올린 작품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고' 등을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작으로 일본 톱 배우인 사와지리 에리카와 다케우치 유코가 출연했다.
여대생 카에(사와지리 에리카)는 이사를 하다 전 주인이 놓고 간 노트 한 권을 발견한다. 어느 날 자신의 아르바이트 가게에 만년필을 사러 온 이시토비(이세야 유스케)를 만나 혼자 좋아하게 되면서 잊고 있었던 노트를 펼친다. 노트에는 초등학교 교사인 이부키(다케우치 유코)의 사진과 일기가 적혀 있다.
사실 교사를 꿈꾸고 있었던 카에는 동경하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노트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 일기장엔 학생들과의 진심 깃든 소통과 대학 동창생 다카시라는 남자와의 사랑에 대한 고민이 적혀 있다. 일기를 읽을수록 이부키라는 선생을 동경하게 된 카에는 일기를 통해 용기를 얻어 자신도 좋아하는 남자인 이시토비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조연출로 활동했다. 그래서 '러브레터'나 '4월 이야기'처럼 따뜻한 감성이 묻어난다.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는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 영상이 아름다운 것도 닮았다. 오랜 도시 교토의 정취도 정취지만, 하늘을 나는 종이비행기와 흩날리는 벚꽃 등이 청순한 이미지의 주인공들과 함께 아름답게 그려진다.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38분.
이달 21일 개봉하는 영화 '상실의 시대'는 1987년 일본에서 첫 출간된 이후 세계 36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전 세계에 1천만 부가 넘게 팔리며 '하루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되는 것에 철저하게 반대했던 하루키는 '시클로' '그린 파파야 향기'를 연출한 베트남계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훙의 간곡한 애원에 영화를 허락했다. 트란 안 훙 감독은 승낙을 받기까지 4년이 걸렸다고 한다.
학생운동 열기가 뜨겁던 1960년대 말 일본. 와타나베(마츠야마 겐이치)는 고교 시절 친구 기즈키와 그의 연인 나오코(기쿠치 린코)와 단짝이다. 기즈키가 자살한 뒤 와타나베는 살던 곳을 벗어나고 싶어 도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간다. 조용하게 대학 생활을 하던 와타나베는 어느 날 교정에서 나오코를 만나고, 매주 산책을 같이하면서 가까워진 이들은 나오코의 스무 살 생일에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 후로 나오코는 자취를 감추고 한참 후에 요양원에 있다는 편지를 보내온다. 나오코를 찾아간 와타나베는 깊은 상처를 입은 나오코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병적인 그녀와 달리 와타나베는 발랄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미도리(미즈하라 기코)를 만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감독은 원작 소설을 느낌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낸다. 넓은 초원과 숲, 희미한 빛이 드는 오랜 집 실내 등 화면들이 한 장 한 장 모두 정물화처럼 섬세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하고 음악도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음악은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맡았다.
소설에 감동을 받은 관객은 영상으로 보는 '상실의 시대'가 낯설어 보일 수 있다. 미도리의 모습 등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이미지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원작과 비교해보면서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33분.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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