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 지하공간과 연결된 두산위브더제니스 단지 상가에 외국계 백화점이 명품 아울렛 입점을 추진하고 있어 연계 개발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 범어네거리 지하 공간이 새삼 부동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계획된 상가 개발이 '상업성 부족'으로 백지화된 뒤 '문화공간'과 '영어마을'이란 대안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유독 성공하기 어려운 '대구의 지하상권'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는 "동대구로 중심에 위치한 범어네거리는 대구 발전의 상징적인 곳이지만 지하 상권 개발이 표류하고 있다"며 "서울이나 부산에서 이 정도 위치라면 당연히 개발이 끝났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명품 상가 입점 계획, 왜 좌초했나
범어네거리 지하상권 개발은 2009년 2월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과 두산위브더제니스 주상복합 아파트 간 지하보도 완공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아파트 시행사(해피하제)가 공사비 484억원을 들여 지하보도에 상가를 함께 조성해 대구시에 기부채납한 것. 범어역 서쪽에서 동쪽 아파트 입구까지 길이 370m·폭 17m의 지하보도를 따라 72개 점포를 배치했고, 지하도 중앙엔 전시·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광장 두 곳을 마련했다.
하지만 관리를 맡은 도시철도공사가 임대에 나섰지만 2년이 지나도록 8천752㎡에 이르는 대형 상가는 텅 비어 있다.
평당 몇만원도 안 되는 임대료에 관심을 표한 업체들이 많았지만 현지 실사를 하고는 모두 고개를 돌린 탓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보는 상권 실패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열악한 접근성과 유동인구 부족을 들 수 있다. 대구에서 상권 개발의 절대 조건 중 하나는 주차 공간. 자가 이용률이 타 도시보다 높은 대구는 구매력이 높은 20~40대 직장인이나 주부의 대다수가 승용차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주차장 면적은 702㎡로 72개에 이르는 상가 관계자들 주차 공간으로도 부족하다. 또 범어네거리 땅값이 비싼 탓에 인근에 이용할 수 있는 유료주차장도 거의 없다.
여기에 범어역 유동 인구도 하루 5천 명에 그쳐 자체 상권을 형성하기도 불가능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하공간 이용 인구도 적을뿐더러 지하철 주 이용객의 대다수가 구매력이 낮은 학생이나 노인층"이라며 "주차장이 없으면 식당도 안 되는 대구 상가의 특성을 너무 도외시했다"고 설명했다.
잦은 지하철 사고로 인한 지하 공간 '기피 정서'와 연계 상권 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범어네거리에 고층 오피스 빌딩과 고급 주상복합이 밀집해 있지만 대형 쇼핑점 등 흡인력이 강한 지상 상권이 없고 대구 사람들의 '지하 공간' 기피 정서도 타 지역에 비해 높다.
임대를 추진했던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상·하수도에 가스 등 시설 설치비에다 에스켈레이터 운영 전기료도 부담해야 하지만 상권 가치가 낮아 임대료는 고사하고 관리비 벌기도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실제 도시철도공사가 4천500만원을 들여 실시한 한국자치경영평가원 범어네거리 지하상가 활성화 방안 마련 용역 보고서에도 범어역 지하상가엔 지하철 이용객 이외 쇼핑객 유입은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연계 상권(고급 아울렛) 들어서면 달라질까?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가 상가 조성 계획을 철회하고 문화공간이나 영어마을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성공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분양업체인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대구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고 동성로를 끼고 있는 반월당 지하상가 개발도 몇 년이 넘게 걸렸다"며 "도시철도 1'2호선 역사에 있는 문화공간이나 다른 지하상가도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실로 남아있던 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 매각이 탄력을 받으면서 범어네거리 지하 공간 개발도 성공의 여지를 높여가고 있다.
지상과 지하 등 5개 층으로 구성된 위브더제니스 상가의 전체 면적은 3만5천㎡. 웬만한 백화점 규모에 이르지만 현재 분양된 상가는 20%에 그치고 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현재 영국계 백화점 자본이 1만㎡ 규모의 명품 아울렛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며 "입점이 확정되면 나머지 상가도 매각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위브더제니스에 명품 아울렛이 입점하면 지하보도로 연결된 범어네거리 지하공간도 현재보다는 상권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은 15일쯤 심의를 거쳐 명품 아울렛 입점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부동산 업계는 "범어네거리 지하공간이 상가 입점에 불리한 점도 있지만 이곳이 대구의 금융·업무 중심 지역인 것을 감안한다면 적정 개발 방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대구 범어네거리 지하상가 개요
- 위치 : 수성구 범어동 범어네거리 지하
- 시설 : 길이 370m'통로 폭 17m(연면적 8천752㎡)
- 출입구 : 7개소(엘리베이터 4대, 에스컬레이터 8대)
- 부설 주차장 : 702㎡(지상)
- 공사기간 : 2006.11∼2010.2
- 사업비 : 484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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