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53)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 서구지부 중리동 곱창골목 '물레식당'

한번 맛보고 나면 다음에도 "곱창 먹으러…"

요즘은 의식주 모든 것이 '웰빙' 중심이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모두 건강에 신경을 쓴다. 음식도 채식과 소식(小食) 위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걸쭉한 음식이 당길 때가 있다. 구수하고 토속적인 음식이 생각날 때는 '곱창요리'가 제격이다. 특히 대구 사람들은 곱창요리를 좋아한다. (사)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서구지부 직원들도 단합대회를 할 때는 중리동 곱창 골목을 자주 찾는다. 음식점과 관련된 업무라 모두 '맛'에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곱창을 즐겨 먹는 걸 보니 '곱창이 좋은 음식임에는 틀림없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중리동 곱창 골목의 식당은 모두 비슷해 특별하게 단골집을 정해두지 않고 골고루 이용한다. 오늘은 '물레식당'이다. 이창열(47) 사무국장은 "식당 이름도 토속적이라 좋고, 주인 인심도 푸근해서 자주 찾는 편"이라고 한다.

중리동 곱창 골목은 30여 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도축장이 1981년 성당동에서 중리동으로 이전하면서 중리못을 중심으로 못둑에서 고기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퀸스로드 뒤편에 40여 업소가 집단으로 영업 중이다.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가는 모두 곱창전문이다. 서구지부 김현석 부장은 "이곳에서는 소 곱창만을 취급하면서 다른 지역의 막창 전문 음식점들과는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곱창전골과 대창구이를 주문했다. 곱창전골(주물럭)은 커다란 냄비에 한가득이다. 4인 가족이 먹을 만하다. 10분쯤 가열하니 익어가는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곱창요리는 '그 특유한 맛을 즐기거나, 아예 싫어하거나' 두 가지로 엇갈린다.

신호범(38) 대리는 "곱창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특유의 부분에 대한 생각 때문일 것"이라며 "가끔 곱창을 즐기지 않던 친구들도 한번 맛을 보고 나면 입맛을 바꿔 걸핏하면 곱창 먹으러 가자고 한다"며 "일단 한번 드셔 보라"고 추천한다.

이창열 사무국장은 "곱창전골은 그냥 밥만 먹기에는 무엇인가 맨송맨송하다"며 "곱창의 걸쭉한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한잔(?)은 필수"라고 말한다.

금세 전골이 완성됐다. 각종 양념으로 국물은 주홍빛이다. 국물 속에는 대창과 등심이 어울려 있다. 대창 한점을 국물과 함께 맛보니 얼큰하고 감칠맛이 강하다. 약간 질길 것 같은 대창은 의외로 잘근잘근 연하게 씹힌다. "대창은 씹으면 씹을수록 제맛이 나는 법"이라고 윤경대(38) 과장이 조언한다.

박현미(31) 대리는 "곱창요리는 대구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것 아니냐"며 "구수한 맛이 토속적이라서 여자들도 좋아한다"고 말한다.

중리동 곱창골목 음식점들은 모두 소 대창을 사용한다. 물레식당 김순덕(57) 사장은 "곱창은 가늘고 질기지만, 대창은 연하고 맛이 구수해 요즘은 손님들이 모두 대창을 즐긴다"고 설명한다. 10가지 양념으로 만든 국물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대구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것 같다. 맛국물은 사골과 음나무로 우려냈다. 전골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두 가지 필수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시원한 동치미와 절인 청양고추다. 이들은 자칫 느끼해지기 쉬운 곱창의 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 물레식당 김 사장은 "곱창전골은 맛국물이 좌우한다"며 "좋은 재료에다 주인의 정성이 곁들여져야 한다"고 말한다. 충남 태안 출신인 김 사장은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인심이 후덕해서 단골손님이 많다고 한다.

건더기를 적당하게 건져 먹고 나면 또 다른 맛이 기다리고 있다. 잘박해진 국물에 묵은 김치와 나물'참기름'김가루를 넣고 볶음밥을 만든다. 따닥따닥 소리를 내면서 적당하게 볶아진 밥은 양념이 배어 입에 착 감긴다. 이미 전골로 적당하게 포만감이 있지만, 고소한 볶음밥 냄새를 풍기는 유혹은 절대로 외면할 수 없다. 마지막에 볶음밥 만들어 먹는 재미에 곱창전골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들 정도다. 요즘은 원재료인 대창이 품귀현상이다.

김 사장은 "서울 사람들이 대창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창전골과 구이, 불고기는 1인분에 1만원이다. 주먹시는 1인분 1만8천원, 차돌박이 1만3천원, 생등심(150g) 1만5천원, 생고기(2만'4만원)도 있다. 예약은 053)566-1078.

##추천메뉴-대창구이

대구에는 막창구이 집이 많다. 하지만, 중리동 곱창 골목은 소대창 요리 전문식당가다. 대창이 곱창보다 훨씬 연하고 맛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곱창요리는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 원조가 이곳 중리동 곱창 골목이다.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니 곱창요리로서는 더 이상 견줄 곳이 없는 것 아닌가? 저녁이면 퇴근 후 대창구이를 즐기려는 손님들이 단체로 몰려든다. 기름을 두른 냄비에 겉모습이 노릿할 정도로 잘 구워진 대창은 부드러운 속살이 불거져 나온다. 사람들은 한잔의 술에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대창 한 점을 안주로 세상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대창구이는 '느림의 미학'이다. 적당하게 씹히는 질깃함을 즐기는 '여유'와 오래 씹을수록 구수한 맛을 내는 '기다림'이다. 이홍섭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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