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벚꽃, 진달래 등 봄꽃들이 속살을 드러내며 만개하고 있다. 도심 속 뿐만 아니라 대구 인근에는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봄꽃의 향기 따라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마음의 평정을 찾아서 도심 안팎의 차 향기를 따라가 봤다.
◆도심 탈출-약천다원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에 들어서자 애잔한 우리 가락이 은은히 울리고 있었다. 다원 내부에는 각종 다구들로 가득 차 있다. '님이여 차를 따르게. 차는 반만 따르고 반은 그대의 정을 채우세. 나는 그대의 차와 정을 함께 마시리'란 글귀가 눈길을 끈다. 차 향기 속에 그간의 못다 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이곳에 들르는 손님들은 주로 우리 전통차인 녹차, 황차, 국화차와 중국의 보이차, 우롱차 등을 많이 찾는다. 우리 차인 황차 경우는 속이 예민하거나 냉한 사람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국 보이차의 경우는 '청병'과 '숙병'으로 구분된다. 청병이란 생차를 서서히 발효시킨 것으로 최소한 10년 이상 숙성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 시중에서 주로 마시는 보이차는 대부분 숙병이다. 숙병은 1~3개월 정도 숙성을 시켜서 시중에 유통시킨 차로 청병에 비해 우러나는 맛은 덜하지만 값이 싸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인숙(55·여) 씨는 "우리 차는 은은하고 순수한 맛과 더불어 구수한 느낌이 들며 보이차를 포함한 중국차는 다양하면서도 화려하고 강렬한 맛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직접 달여 내놓는 약차도 좋다. 천궁'당귀 등 14가지 순수 한약재를 5일간 숙성시켜 매일 달여 내놓는데 정신이 맑아지고 피로회복에 그만이다.
다원 안을 벗어나 실외에 설치된 테라스에 나서자 싱그런 초록의 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실내의 그윽한 차 향기도 좋지만 실외에서 마시는 차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실외에서는 자연과 더불어 차를 즐기는 몇몇 이들이 눈에 띄었다. 볼을 스치는 청량한 봄바람에 실려 오는 차 향기가 감미롭다. 김미숙(50·여·북구 구암동) 씨는 "이곳에 와서 차를 마시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며 "자연과 더불어 친구와 담소를 나누면 세상 모든 근심이 잊혀진다"고 말했다.
향기 그윽한 차를 마시는 것 외에 다원 내부 곳곳에 놓여있는 50여 점의 도자기와 100여 점의 찻사발을 감상하는 것은 덤이다. 원래 찻집을 열기 전에 도자기골동품을 전시했다는 이 씨의 말을 듣고서야 도자기가 많은 연유를 알 수 있었다.
차 사범이기도 한 이 씨는 "복잡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 잠시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차와 함께 몸과 마음의 평온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찻집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녹차·대추차·국화차 5천원, 황차·약차·보이차 등 6천원.
한편 이 집은 2007, 2008년 대구시로부터 조경 등을 아름답고 특색있게 꾸며 도시미관에 기여했다는 '아름다운 상점'에 선정되기도 했다.
◆도심 속 차문화 공간-연암
번잡한 도심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연암(대구시 중구 삼덕동) 입구에 들어서자 찻집이라기보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느낌이다. 매화 향기가 코를 찌르며 장독대, 절구 등 고풍스런 옛 물건들이 아담한 정원 곳곳에 놓여 있다.
정원 한가운데에는 족히 100년은 넘어 보이는 석류나무 두 그루가 눈길을 끈다. 소나무, 차나무 등이 수놓은 정원을 지나자 한옥으로 꾸며놓은 다실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 된 솥, 궤짝, 항아리 등은 옛 고향집을 연상시킨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주로 동아리 회원이다. 너른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같은 취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또한 차를 마실 뿐 아니라 차에 대한 지식을 배울 수도 있다. 차에 대한 공부를 가르치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차 사범이자 주인인 채계순(49'여) 씨는 "동서고금을 떠나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추구에 있다. 차는 정신적'육체적 행복을 가져다주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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