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도시 대구, 이것부터] 배선주 수성아트피아 관장

"아이디어가 흥행성패 좌우" 톡톡 튀는 기획자를 키우자

배선주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공연문화도시 대구를 위해 문화교육과 기획자 양성,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배선주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공연문화도시 대구를 위해 문화교육과 기획자 양성,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배선주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대학 졸업 후 1981년 음악기획사를 차렸다. 당시 대구에서 첫 기획사였고, 전국에서도 두 번째였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집과 땅을 문화사업을 하며 날렸다. 좌충우돌하며 음악공연계의 밑바닥을 다져본 적이 있는 그로선 '공연문화도시' 대구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대구 공연의 현주소는

"대형 공연물이 범람하고 있어요. 이 가운데 작은 공연이 살아남기 힘들죠. 대형 공연과는 별개로 작은 공연도 융성해야 해요. 대구 특성이 있는 작은 공연들 없이 공연문화도시는 불가능합니다."

그는 현재 문화계에 작고 다양한 공연이 적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의 자본이 아닌 지역에서 순환되는 문화 흐름을 만드는 시도가 부족하다는 것. 이를 위해 배 관장은 공연 기획자 출신답게 '기획자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기획자를 단순히 장사꾼으로 치부하지만, 기획자의 투자와 발빠른 움직임 없이는 좋은 공연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기획자들은 저마다 사명감을 갖고 일해요. 현재 공연장은 많지만 문화공연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사람들이 적지요. 기획자가 융성해야 대구가 잘 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애써 공연물을 만들어도 단 한번의 정기연주나 공연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지역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외부 진출은커녕 지역 내 지원금에 의존하기 급급한 것이 대구 공연의 현주소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공연물을 생산하는 기획자를 양성해 타지역으로 지역 공연물을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극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배 관장의 주장이다. "각 극장은 기획자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극장의 콘텐츠로 받아안아야 합니다. 그리고 공동제작을 하는 등 기획사의 제작 열의를 높이고 생산 작품의 유통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공연장의 변화

그는 각 구군별로 산재해 있는 공연장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기존 공연을 초청해 무대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것. "공연장들은 이미 활성화돼 있어요. 이제 특성화를 해야 하죠. 각 지자체 공연장마다 브랜드화하고 특색있는 공연을 할 때 관객들은 공연장을 찾아갑니다." 이를 위해 공격적으로 제작과 마케팅에도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서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서울을 뛰어넘어 유럽 등의 문화선진국에서 직접 '수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을 제휴해 프로그램 제작, 기획 등의 제작기법을 전수받는 것. 예술단체 교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작기법을 배워야 서울을 뛰어넘는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나 듣고 즐길 수 있는 것, 교육이 필요치 않는 것, 한때의 즐거움에 그치는 것에 예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말은 기초예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다. 또 '공연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의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 문화생산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장기적인 정책 필요하다

"문화정책은 장기적이어야 해요. 정책의 연관성이 필요하죠." 대구시는 일단 정책을 세우면 장기적인 비전까지 만들어 이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 한 분야에 있는 '전문성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언론계, 각 공연장 관장 등이 너무 자주 바뀌면 정책의 일관성을 이을 수 없다는 것. 예산은 '나눠주기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에 과감히 투자해야 발전이 있어요. '갈라먹기'에서 탈피해야 예산이 더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죠. 예술단체뿐만 아니라 극장에도 지원이 돼야 합니다."

◆문화예술교육 강화

그는 중'고등학생 위주로 진행되는 현재 음악교육에 대해 '이미 늦었다'고 못 박았다. "문화예술교육은 유아기 때부터 이뤄져야 해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어야 하죠."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게 아니라 낯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들려주면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되고, 정서적으로도 순화된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악기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심성까지 고려해서 교육할 만한 음악교사들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래 고객 창출에도 유의미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미래의 잠재 고객으로, 성장기의 예술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공연예술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거나 혹은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예술교육만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자연스러운 공연, 전시장 방문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듣고 악기 연주를 즐기는 풍토가 정착될 때 도시의 정서 순화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문화 토양이 튼튼해집니다. 문화 교육의 힘을 믿습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