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젊었을 때부터 평생 했던 사업을 그만두고 새로 시작한 것이 서예와 해외여행이다. 필생의 사업을 접고 서예와 여행만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사업했던 사람의 결단력이 아니었으면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예와 여행으로 나의 2막 인생을 새로이 시작하고부터는 몸과 마음이 느긋하게 여유를 갖게 된 것이 큰 소득이다.
서예를 하기 위해 남헌서실을 찾았고 거기서 늦게 만난 분이 여행업을 하는 이수성 사장이다. 남헌이 서예의 스승이었다면 이수성 사장은 여행의 멘토이며, 노년에 즐겁게 살아가는 친구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는 장기나 바둑 두다 져주는 친구라는데 이 사장은 바로 그런 친구이다. 붓글씨 쓰다가 지겨우면 남헌과 이 사장과 심심파적으로 고스톱 칠 때가 가끔 있다. 그때마다 이 사장은 일행의 항상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고스톱이 치매예방에 좋다지만 우리는 절대 치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좋은 친구와 글씨 쓰고 여행하고 고스톱도 하고 노년을 즐겁게 살다 보니 치매인들 별수 있겠는가. 그래서 해외 여행하다가 만든 모임이 '소팔회'(笑八會)이다. 그야말로 여행간 멤버 여덟 명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각자가 웃음거리를 가져 와서 모임에서 재주껏 펼치면 되는 것이다. 식사를 함께하면서 마음껏 웃어보는 모임이 소팔회이다. 내가 초대회장을 했고 이 사장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사장이 맡고 있는 모임이 많다. 사는 동네의 노인회 회장, 고향의 새마을운동 회장, 심지어 아홉 문중의 모임 회장 같은 것도 맡고 있다. 전부 봉사하는 단체나 모임들이다.
이 사장의 선친이 대구에서 알아준 사회사업가로 유명하였다고 한다. 돌아가실 때 상주가 쓸 두건이 200여 개가 필요했다고 한다. 그 선친의 DNA가 고스란히 이 사장에게 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사장과 함께 해외여행 갔을 때 보면 웬 보따리가 그렇게 많은지? 담배, 라면, 볼펜 등 외국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 주민들에 나눠주기 위해 한 보따리 가져가는 것이다. 이 사장의 말로는 그것이 작은 애국이라는 것이다. 가져간 볼펜을 일일이 목에다 걸어주는 이 사장의 모습에서 약자에 대한 봉사와 희생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문득 작고한 박양균 시인의 '만나서 기쁘지 아니하랴'는 시문집이 생각나게 하는 친구가 이 사장이다.
서예인 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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