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0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일~9월 4일) 마라톤 경기의 리허설로 치러진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서 엘리트 남녀 우승자 등 6명이 대회 기록을 경신, 대구 세계육상대회 마라톤 기록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에서 처음 열린 이날 대회에서 체블 송고카(31'케냐)가 2시간8분8초, 앗세데 베스예(23'에티오피아)가 2시간25분52초의 좋은 기록으로 남녀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들이 참가하는 세계선수권대회 땐 남자의 경우 2시간 5, 6분대의 기록이 수립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좋은 기록이 예상되는 이유는 '평탄한' 코스 때문이다. 이번 대회 코스는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지와 같아 선수들은 레이스 내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고, 큰 어려움 없이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송고카는 "코스가 평탄하고 넓은 등 기록을 내기 아주 좋았다"며 "8월 세계선수권대회 때 다시 대구에 와서 뛸 수 있다면 2시간 6, 7분대 기록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황영조 마라톤 국가대표 기술위원장 겸 감독은 "속도를 내기에 상당히 좋은 코스"라며 "세계선수권대회 땐 대구마라톤대회 때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무덥지만 않다면 2시간 5분대 기록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대회 코스는 국채보상공원을 출발, 청구네거리~수성네거리~범어네거리~두산오거리~수성못오거리~중동네거리~대구은행네거리~반월당네거리를 거쳐 국채보상공원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두 번 돈 뒤 다시 황금네거리~중동네거리~반월당네거리~국채보상공원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한 번 도는 루프코스로,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탄한 코스로 평가받고 있다. 수성못 삼거리 부근(77.2m'7㎞와 22㎞ 구간)이 최고 고도, 현대백화점 앞(40.3m'40.4㎞ 구간) 지점이 최저 고도인 등 전체적으로 고도가 40~77m 정도로, 수성못 부근을 제외하고는 거의 평지와 다름없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마라톤의 경우 언덕이 많은 코스에서는 페이스의 변화가 많이 나타나는 등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없지만 평탄한 코스일 땐 빨리 달릴 수 있어 좋은 기록이 수립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남자 세계 기록 '톱 10' 중 5개가 최고 표고 차가 20m도 되지 않고 언덕도 거의 없는 평탄한 순환코스를 자랑하는 로테르담마라톤대회에서 쏟아졌고, 나머지 세계 기록 4개도 대표적인 평탄 코스인 베를린대회에서 나왔다. 여자도 마찬가지로 평탄한 코스로 유명한 런던대회에서 4개 수립된 것을 비롯해 베를린, 시카고 등에 집중돼 있다.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공인 마라톤대회 '톱 10' 내 기록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2010년 9월 말 현재 마라톤 남자 최고 기록은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2008년 9월 베를린마라톤대회에서 세운 2시간3분59초이고, 10번째 기록은 2시간5분4초여서 톱 10 내 진입 기록을 기대할 만하다. 특히 좋은 기록을 위해 평탄하고 쉬운 코스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은 일반 국제마라톤대회와 달리 코스 선정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선 2시간5분대 기록이 작성된 적이 없어 이번 대회에서 역대 선수권대회 마라톤 중 최고 기록이 세워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역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최고 기록은 2009년 베를린 대회 때 아벨 키루이(케냐)가 세운 2시간6분54초다.
변수는 더위다. 여름 막바지에 대회가 치러지기 때문에 경기 당시 기온과 습도에 따라 기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남자 마라톤 경기는 9월 4일 열리기 때문에 더위가 한풀 꺾일 수도 있고, 지난해처럼 이상 기온으로 30℃를 웃도는 살인 더위가 기승을 부릴 수도 있어 기록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실정이다. 코스가 평탄하고 무난해도 대구의 고온다습한 날씨가 기승을 부린다면 기록 작성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기진 교수는 "코스는 평탄하지만 대구의 높은 기온과 습도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코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마라톤 대표팀에겐 평탄한 코스가 달갑지 않다. 오르막이 있어야 평지를 달리는 데 익숙한 외국 선수보다 유리하고 홈그라운드 이점도 살릴 수 있는데 평탄하면 세계적인 선수들을 따라잡기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더위'를 기대하고 있다. 더우면 대회 차원에선 최상의 기록이 나오지 않아 아쉬울 수 있지만 한국 선수들의 메달권 진입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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