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못 믿을' 울진원전 지진감지기…규모 5.2에도 '먹통'

"군청 회의실에 있었는데, 찻잔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강력했습니다."

이종교 울진군 총무과장은 2004년 5월 29일 오후 7시 무렵 울진에서 동쪽으로 80㎞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2의 강진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다행히 지진에 의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진앙지와 가까운 울진원전의 지진 감지기가 작동하지 않아 안전 논란이 일었다.

울진원전 측은 지진 발생 당시 원전의 운전정지 기준인 0.1g의 지반가속도(지진으로 건물이 받는 힘'리히터규모 6.0에 해당)에 못 미쳐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지진감지 설정치를 0.02g(4.6수준)로 맞춰놔 감지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울진원전은 이후 지진감지 설정치를 0.01g(4.0수준)로 조정했다. 울진원전은 "원전 내 지진감지기 작동치를 0.01g 미만으로 낮추면 잡음 수준의 진동까지 감지돼 운전원의 혼란과 발전소 안전운전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설정치 조정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2007년 1월 20일 강원도 오대산에서 규모 4.8의 강진이 발생했는데 원전 3, 4호기의 지진감지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1호기(0.01g)와 5호기(0.02g)의 지진감지기는 경보를 울렸다. 당시 울진원전 측은 기초지반상태와 설계특성, 호기별 노형 등에 따라 작동이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울진원전에는 1발전소(1, 2호기) 15대, 2발전소(3, 4호기) 13대, 3발전소(5, 6호기) 13대 등 모두 41개의 지진감지기가 작동하고 있다.

국내 모든 원전의 내진설계 값은 중력가속도의 20%에 해당하는 0.2g로, 원자로 건물 바로 밑에서 규모 약 6.5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한반도 지진 강도를 고려할 때 내진설계기준이 0.2g 정도면 충분히 안전하다"고 자신했다.

울진원전 관계자는 "내진설계 기준은 0.2g이지만 원전별로 취약한 부분은 0.3g(7.0수준)까지도 견딜 수 있게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며"원전의 구조물이 암반 위에 올라가기 때문에 토사지반보다 지진 진동에도 2배 이상 강하다"고 말했다. 울진원전 김근수 방제환경팀장은 "우리나라 지반은 유라시아 태평양판 경계면에서 수백 ㎞ 떨어져 있어 일본과 같은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며 "통계적으로 봐도 100년간 국내에서 5.0 이상 규모의 지진은 5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전지역에 지진발생 위험이 높은 활성단층이 존재하고 있어 0.2g 수준의 내진 설계로는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 울진군민들은 내진설계를 더 강화해 건물을 지어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원전측은 추가로 수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지질과학연구원은 2001년 보고서를 통해 월성원전 주변에는 활성단층으로 추정되는 단층이 8개 존재하고, 이 가운데 3개 활성단층이 월성원전에서 불과 5㎞ 떨어진 곳에 있다고 밝혔다. 또 울진원전의 지층 역시 활성단층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울진은 2004년 규모 5.2(동쪽 80㎞ 해역), 2001년 규모 4.1(동남쪽 50㎞ 해역), 경주는 97년 규모 4.2(남동쪽 9㎞)의 지진이 발생해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확신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울진기상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며"일부에서 말하는 지진활성화 징조는 없다"고 말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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