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 빅뱅 시대, 그래도 신문이다] ②독자가 느끼는 가치

분석하고… 종합하고… 신문은 '저비용 고효율'

우리나라의 신문 독자들은 일반 서비스 업종과 비교해 구독료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저렴한'신문 가격에 익숙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외국에서는 인터넷 뉴스 이용조차 유료화 정책을 펴고 있다. 신문을 읽음으로써 얻는 정보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해 신문의 '존재감'을 인식하고자 한다. 지역의 신문독자 3명이 느끼는 신문의 가치는 얼마쯤일까?

◆대구시의사협회 공보이사 손창용 원장

"신문 값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신문 하루당 책 한 권 정도의 비용인 1만원에서 1만5천원 정도의 가격이 합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신문에서 얻는 정보량에 따라 최소 하루에 약 1천500~2천원 정도를 지불하면 적당하지 않을까요."

대구시의사협회 공보이사인 손창용(47'외과 전문의) 부강외과 원장의 하루는 뉴스로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자 TV의 뉴스채널을 통해 굵직한 뉴스를 챙긴다. 출근 후에는 인터넷을 통해 관심 있는 사이트와 지역신문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훑어본다.

새로운 소식은 어느 정도 알게 되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손 원장은 신문으로 눈을 돌린다. 단순하게 나열된 인터넷과는 달리 신문에서는 뉴스가치의 판단이 쉽도록 편집된 기사를 볼 수 있다.

사설, 시론, 칼럼 등을 주로 읽는 손 원장은 "신문 속에는 전문적인 지식과 명확하고 정연된 논리가 숨어 있어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세상을 읽는 힘을 보다 넓게 키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특히 신문의 오피니언난에는 어떻게 사회와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지 기본적인 틀이 보여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인다.

손 원장이 신문을 많이 읽은 이유는 뭘까. 대구시의사협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손 원장도 직접 신문을 만든다. 주로 회원들인 의사들이 많이 보는 의사회보이지만 단순한 소식의 나열보다는 회원들이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도록 가치 있는 기사를 실으려고 노력한다. 종합적인 사고 판단력을 키우는 데는 신문매체가 가장 적합하다.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신문처럼 객관적으로 검증되고 편집된 정보를 주는 매체가 없다는 것이 손 원장의 생각이다.

"디지털전자시계가 나오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들은 아날로그시계는 소멸할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아날로그시계는 그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날로그에는 얼마 남아있고, 얼마 걸리느냐 라는 분할적인 시각정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안동대 국문과 김용하 교수

"1년에 구입하는 책의 30% 정도는 신문을 보고 구입합니다. 신문은 다른 매체와 달리 신간서적을 논리적 시각으로 비교 분석해줘 책을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김용하(43'안동대 국문학과) 교수는 책을 구입할 때 신문을 참고한다.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신문처럼 객관적으로 검증되고 편집된 정보를 전해주는 매체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국문학과 교수인 만큼 '책을 읽는 사람(Reader)이 미래를 움직이는 지도자(Leader)가 된다'는 평소 지론을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늘 강조한다.

"멀티미디어 시대에도 '신문 읽기'는 지적능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교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신문을 정독한다. 지면을 넘기면서 중요한 기사를 자세히 생각하며 볼 수 있는 것이 신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심층 취재 기사는 TV의 뉴스리포터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신문을 많이 보면서 강의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눈길이 가는 기사를 보면 전문서적을 구입해서 읽죠. 신문과 책을 종합해 읽다 보면 현실과 이론이 조화된 강의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김 교수에게는 매일신문이 친숙한 지역신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신문을 보는 부모님들을 통해 어깨너머로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키드' 세대인 그는 다른 신문들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내용이 빈약하게 실리는 날이어도 매일신문을 보면 자세한 경기 소식을 알 수 있어 좋았다, 광고 하나하나도 모두 우리 지역의 것이었으며, 중앙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지역 현안도 매일신문은 충실히 다루어 주었다.

매일신문과 남다른 인연도 있다. 공군 장교 복무시절 잘못된 교통단속에 관련된 투고를 했는데 관계당국에서 바로 시정조치를 했다는 통보를 받고 신문의 위력을 새삼 깨달았다.

"한 달 구독료 1만3천원에 비해 제가 신문을 통해 얻는 것은 그 이상입니다. 강의자료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시각을 키우는 것도 신문을 통해서입니다. 군 복무 시절 투고 경험까지 생각하면 신문 값 더 달라고 해도 아깝지 않습니다."

◆가정주부 김선님 씨

중학교 1학년, 초교 5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선님(40'대구시 수성구) 씨. 주부뿐 아니라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는 등 일인다역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또래 자녀를 둔 여느 엄마들처럼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세상에 돌아다니는 교육에 대한 정보는 열혈'엄마 매니저'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강남의 교육 컨설턴트가 출연한 TV 특강에서 들은 것이든, 포털사이트에 뜬 잡동사니 소식까지 모두 그녀의 '촉수'에 빨려 들어온다고. 하지만 그녀는 다양한 정보 채널과 소스를 뒤로하고 결국에는 신문을 통해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게 익숙하다고 말한다.

"많은 교육 정보들을 걸러 나의 현실에 맞게 수용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신문입니다. 정교하고 치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정보의 바다 속에서 헤매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러한 이유로 신문을 본다고 했다.

"불안감에 매몰되지 않고 좀 더 거시적인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 신문을 읽는 것이다. 내 자식의 교육 문제에 있어 중심을 잡기 위해 신문을 보면서 묻고 따지길 반복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신문에 게재된 교육 관련 정보들은 일차적인 검증이 끝난 고급 정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보를 신뢰하고 발빠르게 움직여도 손해 보는 일이 없다는 것을 이미 체득했다. 한 입시 특강에서 논술 전문가가 신문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문 기사와 사설은 그 자체로 좋은 논술의 예가 된다며 신문읽기를 권하였다고. 그녀는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큰아이에게 매일 신문 사설 하나를 골라'큰 소리로 읽기'를 유도했다. 2년을 꾸준히 해왔더니, 이제 중1이 된 아이는 사회현상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나름의 주장을 편다고 대견스러워했다.

신문의 가치를 값으로 매기면 얼마쯤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 씨는 "우리는 다른 아이들처럼 논술학원에 보내지 않고 신문을 통해 공부하고 있으니까, 최소한 학원비 월 10만~20만원어치는 되겠죠"라고 말했다.

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이석수기자 s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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