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6일 "대구경북이 소프트한 면에서 발전해야 한다"며 "중후장대한 산업이 들어오는 도시는 거칠다. 욱하는 성질을 갖고는 소프트한 산업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자전거축전 개막식 참석차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처음으로 경북을 찾은 이 대통령이 대구경북지역 주요 인사 100여 명을 초청한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주문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신공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지역 민심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기업이 굉장히 예민한데 어디 가서 투자할 것이냐를 정할 때 그 도시의 환경을 밀접하게 (고려)한다"며 "우리 지역이, 우리 도시가 과연 정치도시냐, 경제도시냐 그 특색을 정해야 한다. 말로만 그럴 때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내실있는 발전 플랜 수립이 필요하다는 훈수이기도 했다. 또 이 대통령은 "반도체가 아무리 커도 의료산업보다 규모가 작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첨단의료 관련 비즈니스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2배가 된다"고도 말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집중하라는 주문이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상주 방문은 사실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악화된 대구경북 민심을 달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당초 우려와 달리 이 대통령은 연도에 나온 2천여 명의 주민들로부터 "사랑해요 이명박" 등의 애정공세를 받는 등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이 대통령도 오찬간담회장인 상주시청에 들어서기 전에 환영 인파를 발견하고는 버스에서 내려 일일이 악수하는 등 환호에 화답하느라 간담회 시간이 30여 분 늦어지기도 했다.
오찬간담회장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현장에 오신 데 대해 도민과 함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어려운 때이지만 전적으로 박수를 보내고 따르겠다"고 환영했다. 김 지사는 이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극복하겠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지지하고 따른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며 "우리 세대와 자식들에게까지 세계 전선에서 경쟁하며 살 수 있도록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경쟁에 나선 경북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호소했다.
반면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 대통령이 고향을 찾아주셨고 상주시민 전체가 나와서 환영했지만 아쉬운 것은 (신)공항이 있으면 10배는 많이 나왔을 텐테…"라며 신공항 무산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그는 "요새 약간 '뿔따구'도 나 있다"며 거듭 대구시민들의 격앙된 정서를 언급하면서도 "대통령도 고민이 많으셨겠지만 안타깝고 좌절의 분위기도 있다. 대통령을 끝까지 사랑하고 밀어드리는 일에 매진하겠다. 대통령 믿고 기다리겠다. 부디 건강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길이 남길 바란다"는 말로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에 대한 지역의 기대에 대해서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을 지낸 이인선 계명대 부총장과 김무환 포스텍 교수가 강하게 피력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상주 방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경북과 대구 사이에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졌다. 경북지역 인사들이 이 대통령을 환대하는 분위기를 주도한 반면, 대구에서 간 인사들은 이 대통령이 신공항은 물론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소 서운해했다는 것이다.
상주·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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