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스마트 빅뱅'시대, 스마트한 경영자

지금 전세계 IT업계는 모바일 빅뱅 다음의 '스마트 빅뱅'(Smart big bang) 시대에 들어섰다. '똑똑한 핸드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스마트 빅뱅'의 중심에 '애플'이 있다.

애플사에는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입양되어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철저한 채식주의자이고, "일평생 설탕물만 팔 거냐"는 한마디로 잘나가던 '펩시콜라' 사장을 스카우트했고, 마우스와 아이콘을 개발한 연봉 1달러짜리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있다.

그는 창업자이면서도 적자를 내 회사에서 쫓겨났다 다시 컴백한 특이한 경영자다. 그는 데스크톱 PC를 '한물간 농장 트럭'에 비유하면서 데스크톱 PC 시대의 종말을 예측했다. 그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연속 대박 신화를 만들면서 'IT업계의 신(神)'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 세계 IT업계는 '애플이 웬수'라고들 한다. 애플 주식을 산 사람들은 대박이었지만 IT업계는 애플 때문에 죽을 맛이다. 한국의 핸드폰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아날로그 핸드폰과 피처폰에서 세계를 주름잡던 한국의 핸드폰 메이커들의 영업실적이 영 아니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앱이 중심이 된, 엄지가 아니라 검지로 밀어서 정보를 검색하는 애플의 이상한 발상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스마트 혁명'에서 한 템포를 놓치는 바람에 '한방에 훅 간' 것이다.

1등은 두 종류가 있다. 상대를 모두 죽이고 최후에 남으면 1등이고, 남들보다 한걸음 앞서가도 1등이다.

한국의 IT는 죽을 힘을 다해 생산규모를 키우고, 가격을 낮춰 후발업체를 따돌리고 세계시장에서 1등을 했다. 그런데 1등을 한 뒤가 문제였다. 제품을 단 1개도 자국에서 만들지 않고도 '앞서가는 창의성' 하나로 1등하는 기업이 나온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단 1대도 미국에서 만들지 않는다.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 전 세계에 팔아 떼돈을 벌고 있다. 그리고 한국 부품을 사다가 제품을 만들어 한국 것보다 더 낮게 가격을 후려친다. 황당해진 건 한국의 IT업계다.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사 성공의 수혜자가 한국의 IT업체다. 핸드폰에서는 애플에게 깨지고, 애플이 사가는 반도체와 액정에서는 돈을 번다. 그러나 시장은 정확히 알고 있다. 누가 패권을 쥐고 있는지 시가총액이 정확히 대변해 준다. IT제품 매출에서 세계 수위인 한국 최대 IT기업의 시가 총액은 애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결국 신시장에서 성공은 '파괴적인 혁신'에서 나온다. 가죽을 벗기는 아픔인, 혁신(革新)을 겪어야 스타가 탄생하는데 1등은 '승자의 딜레마'에 빠져 기존 성공모델을 파괴하지 못해 그냥 눈 뜨고 당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IT업계가 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IT는 엄청난 첨단산업처럼 보여도 '3-3-3의 타이밍 예술'이다. 3개월 단위로 개발과 생산, 판매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탈락하는, 경쟁에 살고 경쟁에 죽는 산업이다. IT회사 CEO가 롱런하려면 미래 트렌드 읽기에 게으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지금 세상은 스마트폰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세상이 되었는데 한국 IT업계는 국제화와 앱에 실패해 일본 지진에 버금가는 '아이폰 쓰나미'에 걸려들어 고전하고 있다.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로 서방에 몇 년 앞서 있던 소셜네트워크는 싹만 틔우고 국제화를 이루지 못해 안방을 통째로 미국에 내주었다.

남다른 경지에 오른 기업인은 특징이 있다. 한곳에 미치지 않고는 남다른 경지에 못 오른다.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하는 기업인은 남의 것을 빌려 쓰고, 베껴 쓰는 경우가 없다. 남을 따라 하는 '미투'(me, too)는 없다.

한국기업에는 기러기가 날아가는 형태의 순차적 혁신만 있지 '승자의 딜레마'를 벗어날 정도의 창조적 혁신이 안 보인다. 모든 한국기업들이 혁신을 부르짖지만 진정한 혁신은 간단하다. '시가총액을 10배 올리는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늑대 같은 경영진, 제갈량 같은 참모가 있어야 한다. 무한책임을 진다는 이유로 가족경영이 관례화되고 뛰어난 창의성보다는 충성심이 경영자의 자질 기준이 되는 기업은 이 치열한 스마트혁명 시대에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스마트혁명 시대에 한국 기업에 창조적 혁신을 통해 기업의 시가총액을 10배로 올려놓는 그런 스마트한 경영자는 언제쯤 나올까?

전병서(중국경제금융센터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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