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도 예외없다 '꽉막힌 경찰'

대중교통의 날 중증장애인 리포터 차량 경찰청 출입 제지

"경찰이 규정에 얽매여 장애인 인권을 내팽개치면 도대체 장애인들은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중증장애인 2급으로 지역의 모 방송국 리포터로 일하는 권모(29'여) 씨는 18일 대구지방경찰청(수성구 지산동) 정문 앞에서 출입을 제지당했다.

권 씨는 2년 전부터 경찰청 내에 있는 대구시교통정보센터에서 오전 7시 15분이면 어김없이 시내 교통상황을 방송으로 전해주고 있다. 권 씨는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6시 45분쯤 경찰청 정문에 도착했다. 하지만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경찰관이"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이어서 승용차를 들여보낼 수 없다"며 권 씨의 차를 막았기 때문. 정문에서 교통정보센터까지는 200여m 거리인데다 경사진 언덕을 넘어야 하기에 권 씨는 혼자 걸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 씨는 승용차에 붙은 장애인 표지를 보여주며 "다리가 불편해 걸을 수가 없다.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사정했지만 경찰관은 바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권 씨는 "두 차례나 장애인 표지를 보여주며 걸을 수 없다고 사정을 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고, 울먹이면서 얘기를 해도 경찰관은 요지부동이었다" 고 했다. 다급해진 권 씨는 담당 PD에게 전화로 사정을 설명했고, PD가 경찰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사정설명을 하고서야 권 씨는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통정보센터에 도착한 시각은 7시 15분쯤. 방송을 펑크낼 수밖에 없었다. 권 씨는 "당시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분하다. 경찰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18일 모든 차량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이라며 "즉각 당사자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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