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연체율 급증 도전에 직면한 미소금융

금융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미소금융이 연체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맞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미소금융 중앙재단 지역 지점의 연체율(연체일수 31일 기준)은 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가계대출 연체율(0.7%)의 10배에 이른다. 높은 연체율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대출 재원 고갈을 불러와 미소금융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미소금융 대출의 거치 기간은 6개월~1년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기준 전체 대출금 1천284억 원 중 상환 대상액은 95억 원으로 아직은 적은 편이다. 이를 제외한 대출금 대부분의 상환 기일이 하반기 이후 도래한다. 문제는 물가 상승 등 서민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대출금 상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미소금융 출범 당시 무담보에다 낮은 금리(연 4.5%)의 대출이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소금융 재단은 이런 문제 제기에 어떤 보완 대책을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미소금융의 롤 모델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연체율이 매우 낮다고 한다. 대출자들에게 밀착된 정교한 심사와 연체 관리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미소금융이 그라민 은행처럼 정교한 대출 심사'연체 관리 시스템 구축은 미룬 채 그라민 은행의 겉모습만 베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소금융이 일반 금융기관처럼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미소금융의 혜택을 받을 서민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미소금융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높은 연체율을 방치할 수도 없다. 이러한 이율배반은 미소금융이 안고 있는 숙명이다. 그 이율배반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 미소금융에 던져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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