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단보 사고 '人災'… 안전구조물 기술검토 겉핥기

공기 단축 위해 공사 강행

의성군 단밀면 4대강사업 낙동강살리기 32공구 낙단보 건설 현장에서 16일 소수력발전소 동바리(지지대)가 붕괴돼 현장 직원 2명이 숨진 사고는 시공업체인 두산건설㈜ 컨소시엄이 공기 단축을 위해 핵심 안전 구조물에 대한 기술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다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단 ㅇ사에 따르면 감리단은 두산건설에 소수력발전소의 슬래브 지붕을 떠받치는 동바리의 도면과 구조계산서를 제출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계속 미루는 등 안전 구조물에 대한 기술 검토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감리단의 5일과 8일, 11일 업무일지에는 '동바리 시스템의 도면과 구조계산서를 제출할 것을 현장 대리인에게 지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감리단 관계자는"업무일지에 기록한 것 말고도 구조계산서 제출을 여러 차례 독촉한 끝에 시공사가 구조계산서를 제출했지만, 구조기술사가 검토하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계산한 값만 제출했다"고 말했다. 동바리는 핵심적인 안전 구조물이기 때문에, 시공업체가 구조기술사에 맡겨 작성한 구조계산서를 감리단에 내면 감리단이'구조 기술검토'를 마친 뒤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결국 시공사가 구조기술사의 최종 확인을 받지 않은 구조계산서를 제출했고, 감리단은 이를 바탕으로 구조의견서를 낸 것이다. 이번 사고는 구조물 안전에 대한 기술 검토가 허술하게 이뤄진 채 이달 말로 예정돼 있던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앞당겨 강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게 공사 관계자의 얘기다.

또 두산건설은 소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보내고 전기선 등을 연결하는 공동구(통로) 설계도에는 현장에서 거푸집을 만들어 시공토록 하고 있으나, 외부업체에 맡겨 제작한 것을 가져와 설치했다. 이에 대해 감리단이 13일 철거를 명령했지만, 두산건설은 이에 불응한 채 20일까지도 그대로 두고 있다.

감리단 관계자는"두산건설 측이 감리단의 거푸집 철거 지시에 응하지 않았으며 구조물 안전과 관련된 감리단의 명령을 무시한 사례가 더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 현장 관계자는 "12일 감리단으로부터 구조 검토 의견서를 받고 타설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공동구는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외부에서 제작했지만, 설치할 때는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의 승인을 얻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9월에 (낙단보에) 담수를 하려면 6월까지 기본시설물이 다 완공돼야 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의성경찰서는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안동지청은 낙단보 공사장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사진=낙동강살리기 32공구 낙단보 공사 현장 감리단의 업무일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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