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가 20일 회의를 열고 '검찰'법원 개혁안' 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당초 약속한 처리 시한인 4월을 넘겨 6월로 처리를 미뤘다. 이날 '불발'은 검찰 개혁안 가운데 특별수사청 신설 문제, 법원 개혁안 중에서는 대법관 증원 문제 등이 소속 정당과 출신 직업별로 의견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6월 처리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개혁의 대상인 검찰과 법원의 저항이 여전한데다 이들의 반대 로비를 위한 시간을 벌어준 것도 이유다. 또한 사개특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라는 관문을 또 통과해야 하는 점도 낙관을 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특위 위원들 역시 판'검사 출신들이라는 점도 걸린다.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돼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들이 '친정'의 이익을 등지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이런 구조적인 한계를 고려하면 사법제도 개혁이 뚜렷한 성과물 없이 흐지부지 될 우려도 없지 않다.
▷검찰 개혁=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능 폐지에 대해선 의원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가장 큰 쟁점이 됐던 판'검사의 비리사건을 전담하는 특수수사청 설치 문제는 주로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중수부 과장과 창원지검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은 대검 중수부의 수사권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대안으로 특수수사청을 신설하자는 데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닌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과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지낸 박민식 의원 등도 반대했다. 이들은 특수수사청이 결국은 옥상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야간에도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론을 편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찬성론으로 맞섰다. 변호사 출신인 양승조 의원은 "판검사를 범죄자 집단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논리로 특수청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런 논리대로라면 검찰청'경찰청을 설치한 것은 국민 전체를 범죄자 집단으로 본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대검중수부장과 대검차장을 지낸 민주당 신건 의원도 "공직비리수사처로 가되, 그게 안 된다면 특수청의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쪽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설치에 찬성했다.
▷법원 개혁=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소속 정당별로 갈린 게 아니라 의원들 사이에 찬반이 복잡하게 얽혔다.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국민은 최종심을 대법원에서 받길 원하고 개혁안은 대법원을 두 배로 확장하자는 것"이라며 찬성을 표시했고, 판사 출신인 한나라당 여상규 의원도 "대법관의 적체된 업무 과중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찬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장윤석 의원은 "대법원의 법률심 기능을 명확히 하는 문제를 놔둔 채 본말이 전도된 안"이라고 반대했다. 판사 출신의 홍일표 의원도 "대법관을 20명까지 늘린다는 것은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의 위상에 대한 문제"라며 "막연히 상고사건 적체 해소를 위해 증원하면 된다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반대했고, 양승조 의원도 "하급심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표시했다. 그러나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의원은 "대법관들이 얼마나 심도 있는 법리 검토를 할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있다"며 "증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변호사 개혁=위원들 간에, 여야 정당 간에 찬반 논란이 심하지 않았던 변호사 관련 사항은 진전을 보였다. 일단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로스쿨 학생은 법원'검찰청'변협 등에서 6개월 이상 실무수습을 마쳐야만 개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변호사법에 추가해 4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전관예우 금지에 대해서도 대체적인 합의를 보았다. 최종 근무지에서 1년간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규정도 구체화해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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