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삶] 직접 곡 붙이고 노래하는 '시노래 가수' 진우 씨

"시노래로 부르는 민족시인 이상화, 좀 더 친숙해졌으면…"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27, 28일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회관 '이상화 시노래 콘서트'에서 '시인에게' '나의 침실로' '비 갠 아침' 등 상화의 시 8편이 서정적 선율, 때론 비탄의 음율을 입고 새롭게 탄생해 선보인다.

"2년여의 준비 끝에 민족시인 이상화 시인의 시에다 곡을 붙인 음반 발표를 기념해 마련한 공연입니다. 국악, 서예, 마임, 한국화 등 각 분야에서 이상화를 사랑하는 예술인들이 의기투합해 준비하고 있어요."

이날 공연에서 직접 곡을 붙이고 노래하는 시노래 가수 진우(49'예명)씨.

그의 시노래와 이상화의 시가 만난 건 2년 전. 대구시 중구 계산동 상화고택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열렸던 시음악회였다.

"2009년 상화고택 새단장과 함께 마련된 시음악회 공연에서 이상화의 시에 흠뻑 빠지게 됐습니다. 상화의 다른 시에도 곡을 붙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이번에 첫 번째 결실을 맺었습니다."

대중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분야이다 보니 일반인들에겐 아직 낯선 진우 씨. 하지만 지역 문학 행사 단골 초청인사인 그는 시노래 1천여 편을 만들었고 음반도 7장이나 냈을 만큼 문화계에선 제법 알려진 사람이다.

"대학에선 성악을 전공했는데 저하고는 좀 안 맞더군요. 졸업 후엔 작곡이나 노래에 대한 열망을 속으로 삭이며 공연기획을 업으로 삼았죠. 그러다 어느 시인이 행사를 앞두고 시에다 곡을 붙여 노래를 좀 해 달라는 요청으로 시작한 것이 시노래의 첫 단추였습니다. 시는 작곡의 소재로서 무궁무진하다는 것 또한 날마다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대중가요나 운동가요 중에서도 시에 노래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진우 씨의 시노래가 그런 분야와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저는 시어를 절대 훼손하지 않고 곡을 붙입니다. 시인의 감흥과 영감을 담은 시어를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그러다 보니 곡을 붙이는 과정이 더 까다롭지만 만들고 난 후의 기쁨은 두 배이기도 합니다."

그가 시노래를 만드는 과정은 독특하다. 그가 시노래로 만든 1천여 편의 시 중 최근 만든 300편 정도는 눈감고도 줄줄 외운다.

"이상화의 시노래를 만들면서도 함부로 먼저 악기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시를 읽고 읽고 또 읽다 보면 시어가 머리에 들어오고 또 읽고 읽으면 가슴에 내려 앉습니다. 그때서야 이상화 시인이 영혼으로부터 표현한 서정의 시어, 설움과 비탄의 시어에 맞춰 오선지의 음표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화의 다른 시들도 시노래로 계속 만들 것이라는 진우 씨의 시에 대한 애정과 경외심은 남다르다.

"시노래는 새로운 창작이라기보다 시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입니다. 저는 시어를 통해 시인과 교감할 뿐입니다. 저의 시노래도 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좋은 시를 창작해주신 시인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글·사진 이철순시민기자 bubryun@hanmail.net

멘토: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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