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54)대구 서구청 복지사업과 여성청소년재활계 반고개 무침회골목 '푸

접시 한가득 새콤매콤 무침회, 젓가락이 바빠졌다

봄꽃 천지다. 모두들 "저 좀 봐주세요" 하면서 화사한 얼굴을 자랑한다. 꽃향기를 머금은 봄바람은 기분을 돋우는 묘약이다. 모두들 활기찬 봄맞이를 하지만 유독 '봄 타는 사람'이 있다. 춘곤증일까? 봄을 타면 입맛도 떨어진다. 이럴 때 입맛을 찾아주는 특효약으로는 매콤한 음식이 제격이다.

'무침회'가 요즘 인기다. 대구 서구청 복지사업과 여성청소년재활계 직원들은 반고개 무침회 골목 중 '푸른회식당'이 단골집이다.

이 집 김명희(57) 대표가 장애인봉사단체에 헌신하면서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여성청소년재활계 이대우(49) 담당은 가끔 점심시간에 "오늘은 무침횟집으로 갑시다"라고 하면 모두 푸른회식당으로 간다. '어느 집으로 가느냐?'는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대구에는 음식전문 골목이 많다. 곱창 골목, 찜갈비 골목 등. 오늘은 '무침회 골목'이다. 무침회는 '대구 10미(味)'의 한 종목이다. 무침회 집성촌인 반고개 무침회 먹을거리촌은 3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서구청 복지사업과 이재명(49) 주무관은 "대구 사람이라면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말한다.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내륙지역인 대구는 예전에는 싱싱한 활어를 맛보기가 힘들었다. 대구 사람들은 삶은 오징어와 붕장어(일명 아나고) 등 바닷고기를 무채와 미나리 등 야채를 썰어 넣고 양념을 넣어 즉석에서 버무려 먹는 것을 즐겼는데, 바로 그 음식이 무침회다.

반고개 무침회 골목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집이 있다. 15곳 식당이 다닥다닥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비슷한 재료를 쓰기 때문에 맛도 대부분 비슷할 듯하건만 손님들은 "천만에! 집집마다 조금씩 맛이 다르다"고 단언한다.

두둥! 큼지막한 접시에 야산더미처럼 높다란 무침회가 등장했다. 처음 보는 순간! 매콤한 맛이 연상돼 입안에 침이 스르르 고인다.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모듬무침회는 다양한 야채 속에 삶은 오징어와 우렁이, 소라 등이 숨어(?) 있다. 무침회를 보자마자 나누던 이야기를 중단, 모두 젓가락이 바빠졌다. 오징어와 무채, 미나리를 섞어 큼지막하게 한입 먹어보니 매운맛이 혀를 자극하면서 독특한 맛이 매력적이다.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씹히는 야채와 쫄깃하게 씹히는 오징어가 일품이다.

서구청 양정인(42) 주무관은 "대구 사람의 입맛에 딱 맞는 화끈한 맛에다 새콤달콤한 맛은 중독성이 있다"며 "이 맛을 잊지 못해 자주 찾는다"고 말한다. 곧이어 재첩국이 따라나온다. 맑은 재첩국은 매운맛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재첩국 한 모금을 마신 후 또 무침회 한입. 담백하고 깔끔한 맛은 계속 입맛을 당긴다. 반고개 무침회골목은 맛도 좋지만, 가격이 비싸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 모듬무침회 하나 시키면 3, 4명이 먹기에 너끈하다. 점심시간에는 대부분 여성들이다. 저녁에는 직장인들이거나 계모임 등 단체손님이 많다.

오정숙(34) 주무관은 "매콤달콤하며 다 먹을 때까지 국물이 생기지 않는 게 푸른회식당 양념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박영조(37) 주무관은 "오래전부터 단골식당이었는데 업무와 관련돼 또다시 김 사장님과 만나면서 계속 단골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미주구리 무침회는 무채 대신 사과를 채썰어 넣어 또 다른 맛이다. 쫀득한 미주구리 맛과 부드러운 뼈가 오도독 씹히는 감촉이 매력이다. 가오리 무침은 배, 오이, 사과를 넣어 한결 시원한 맛이다. 가오리 특유의 부드러운 살이 입안에서 감도는 촉감이 좋다. 무침회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푸른회식당 김 대표는 "좋은 양념과 참기름을 아끼지 않고 팍팍 넣는 것"이라고 살짝 귀띔한다.

무침회는 요즘이 전성기다. 봄철이 되면 야유회와 예식 등 각종 행사가 많아 '배달주문'이 폭주한다. 서구청 산악회 재무를 맡고 있는 이재명 주무관은 "산악회에서 등산갈 때 무침회를 포장해 가서 하산할 때 먹으면 그 맛이 예술"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모듬무침회는 한 접시에 1만3천원, 가오리와 미주구리 무침회는 1만8천원이다. 한 접시는 4인 가족용이다. 가오리찜과 아귀찜, 꽃게찜 등 찜 종류도 1만8천원이다. 예약은 필수다. 053)552-5040.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추천메뉴-아귀찜

"봄철에 입맛을 잃어버렸습니까? 화끈한 맛으로 입맛을 찾아 드립니다."

매운맛의 연속이다. 무침회를 먹은 후 또 아귀찜의 감칠맛이 그립다. 찜 요리의 대표는 역시 '아귀찜'이다. 김 대표는 "손님들은 대부분 무침회를 주문하면서 찜 요리도 함께 먹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무침회나 아귀찜이나 한결같이 입맛을 살려주는 매운맛과 감칠맛이 특징이다. 김이 술술 나는 부드러운 아귀 살 한 점에다 콩나물을 듬뿍 얹어 한입 먹으면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씹히는 콩나물의 감촉이 좋다. 역시 찜은 콩나물이 맛을 좌우하는 법. 콩나물 속에 든 아귀와 미더덕, 미나리를 살짝 곁들여 먹으면 훌륭한(?) 식사가 마무리된다. 애주가들은 마지막에 남는 걸쭉한 국물 맛까지 즐긴다.

이홍섭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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