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오디션·통기타 열풍… 실용음악이 뜬다

음악학원 대구만 34곳, 연예인 동경 부작용도

'수퍼스타K' '위대한 탄생' '세시봉 콘서트' 등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통기타 음악 열풍이 불면서 실용음악 학원이 성황을 이루고 관련 학과의 입시 경쟁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오디션 열풍이 대중음악의 문턱을 낮춘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연예인 고시생'을 양산하고 무조건식 '연예인 도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용음악은 TV를 타고…

이달 7일 오후 대구 중구 남일동 한 실용음악학원. 입구로 들어서자 '쿵쿵'거리며 둔중하게 울리는 드럼과 기타, 피아노 등 갖가지 악기가 내는 '불협화음'이 순식간에 귀를 마비시켰다. 칸칸이 나뉜 연습실에서는 수강생들이 혼자 악기 연습을 하거나 개인 레슨을 받고 있었다. 더듬거리며 기타 코드를 짚는 30대 남성과 기타에서 엉뚱한 소리를 내곤 당황하는 여성도 눈에 띄었다.

통기타를 배운 지 한 달 됐다는 황준성(36) 씨는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세시봉 콘서트'를 보고 기타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어 장애 아동들과 함께 합주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실용음악 학원은 매달 1곳씩 새로 문을 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한 실용음악 학원은 34곳으로, 2009년 20곳에 비해 14곳 늘었다. 2007년 7곳에 비하면 5배가 넘는 폭증세다. 올 들어서만 3곳이 더 문을 열었다.

덩달아 대학 실용음악 관련 학과도 경쟁률이 상승하고 있다. 대구예술대 2011학년도 실용음악전공 지원자 수는 232명으로 경쟁률 5.8대 1을 기록했다. 대경대도 올해 정시 일반전형 경쟁률이 5대 1을 기록했다. 대구예술대의 경우 입시 경쟁률은 2008년 3.6대 1에서 2009년 5.3대1, 2010년 5.75대 1로 높아졌다.

이 같은 경쟁률 상승은'슈퍼스타K'등 각종 TV 음악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일반인들도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거나 직접 연주하고픈 욕망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대구뮤직아카데미 김태호 원장은"전체 수강생 중 80~90%가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이라며 "직업도 대학생에서부터 간호사, 교사, 직업 군인, 성직자, 자영업자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고 했다.

세대별로 선호하는 분야가 다른 점도 특징이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은 보컬 수업을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유모(19) 양은 "일반인들도 가수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3개월째 보컬 수업을 받고 있다"며 "친구와 함께 대학가요제에 출연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세시봉 콘서트'등에서 향수를 느낀 30, 40대 이상 중장년층들은 기타 연주에 열광한다. 직장인 남모(46) 씨는"양희은, 송창식 등 1970, 1980년대 서정적인 가요를 들으면 가슴이 아련하다"며 "시간 날 때 술을 마시기보다는 기타를 멋지게 연주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말했다.

◆과열된'연예인 되기' 부작용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를 업은 학원들의 난립과 일반인들의 무조건적인'연예인 되기' 열풍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실제 일부 학원들의 경우 재능이 없는 학생들에게 헛된 꿈을 심어주며 수강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 지망생 이모(18) 군은 "조금만 더 실력을 쌓으면 된다는 학원장의 권유에 3년째 학업보다 학원에 치중하고 있다"며 "서울의 기획사와 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계속 학원에 다니는 게 좋다고 해서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바스 엔터테인먼트 윤주혁 원장은 "어린 학생들의 연예인에 대한 '로망'이나 영웅 심리를 이용해 헛된 희망을 심어주며 비싼 수강료를 요구하는 일부 기획사 때문에 업계 전반에 불신이 쌓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실용음악전공 입시생들의 80% 이상이 보컬에 편중될 정도로 음악이 '연예인 되기'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예술대 백진우 교수(실용음악전공)는 "실용음악이 벨소리, 드라마음악, 영화음악, CM송 등 광범위하게 활용되기는 하지만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렵다"며 "재능이 없으면 빨리 포기하고 다른 적성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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