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자의 깨달음을 완성하는 '사찰 음식'…'연잎밥 대가' 승원 스님

자극성 없는 재료로 몸의 고요함 찾아

봄을 만끽하는 방법은 가지가지다. 식탁에서 봄나물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최근 참살이 음식으로 주목받는 사찰 음식에 봄나물이 결합한다면 어떨까. 식탁에서 봄나물을 이용한 사찰 음식을 한 번 만들어본다면 신선한 봄기운을 느낄 것 같다. 수도암(대구 수성구 범어동) 주지 승원 스님은 평소 사찰 음식 보급에 힘써 왔고 지난해 9월부터는 사찰 내 문화센터인 '수자타 공양실'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찰 음식 강좌를 열고 있다. 특히 승원 스님은 대구경북에서 '연잎밥 대가'로 통한다.

◆스님이 말하는 사찰 음식

승원 스님은 사찰 음식을 한마디로 '맑은 음식'이라 정의했다. 사찰 음식은 단순히 절에서 먹는 음식 이전에 불자가 깨달음을 완성하는 데 조력자 역할을 하는 음식이라고 했다. 사찰 음식은 일반적으로 마늘과 부추, 파, 달래, 홍거(중국에서 나는 일종의 향신료) 등을 일컫는 '오신채'(五辛菜)가 들어가지 않는다. 자극성 있는 이들 재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몸을 고요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승원 스님은 외국 순례자로 있을 때 사찰 음식의 매력에 푹 빠졌다. "1999년 인도에 있을 때 사찰에서 채식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정화되고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기도를 마친 뒤 느끼는 감정이었죠. 미국의 한 사찰에서 먹은 사찰 음식도 몸을 개운하게 해주더라고요. 그때부터 사찰 음식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최근 사찰 음식이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 경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사람들이 동물성인 고기를 많이 먹다 보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주체가 안 되는 활동성이 일어나 외부 경계에 대해 끊임없이 헐떡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인스턴트 음식은 사람을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고 자꾸 산만하게 만든다고 했다. 사찰 음식은 담백하고 맑은 음식이라 이런 헐떡이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제어할 수 있다는 것. "일반 음식도 무한경쟁의 연속인 사회 환경과 괘를 같이 하죠. 섭취해서 포만감을 느끼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것이죠. 반면 사찰 음식은 오히려 많은 것을 버리는 음식입니다."

사찰 음식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는 버섯과 해조류(김, 미역, 다시마) 등이다. 육류나 생선이 빠진 자리를 이것들이 메우고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활용한 음식들이 발달해 있다. 특히 버섯은 어떤 음식에 들어가도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한다. 버섯은 음식의 부패를 지연시켜주고 감미료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는 것. 과일이나 견과류는 보통 후식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사찰에서는 요리의 주재료로 활용도가 높다. 상당수 사람은 사찰 음식에 고추나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사찰에서도 면역력과 맛을 위해 고추나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또 사찰 음식은 참살이 음식이다 보니 재료가 대체로 천연이면서 고급이 많다.

◆스님이 추천하는 봄철 사찰 음식

연잎 자체가 몸 안의 기운을 따뜻하게 해주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또 연잎 특유의 은은한 향이 밥에 배여 밥맛을 좋게 한다. 더욱이 온갖 잡곡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양에 있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보통 연잎은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1)말린 연잎을 뜨거운 물에 넣고 삶는다. 이때 압력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연잎 자체에 코팅이 돼 있어 열 전달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잎을 삶은 뒤 끄트머리를 보기 좋게 손질한다.

2)2, 3일 불린 찹쌀과 현미 적당량을 연잎 위에 놓고 그 위에 땅콩과 잣, 콩, 표고버섯 등을 얹는다. 이때 밤이나 대추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밤이나 대추는 자체 맛이 강해 오히려 밥맛을 떨어뜨릴 수 있다.

3)연잎을 포개는데 한 장은 자칫 찢어질 수 있으므로 두 장을 겹치는 것이 좋다.

4)연잎밥의 포인트는 센 불에서 10분 정도 놔두었다가 곧바로 꺼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밥이 퍼져 특유의 쫄깃함이 덜해진다.

피를 맑게 하고 변비를 예방하며 소화를 촉진하는 등 효능이 많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1)무를 칼로 다소 두꺼운 슬라이드 식으로 잘라낸다. 이는 무 특유의 단물이 마르지 않고 도마에 스며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2)슬라이드 무를 프라이팬에 볶는데 이때 참기름을 한 방울 넣는다. 무를 어느 정도 볶은 다음에는 먹기 좋게 자른 표고버섯을 같이 볶는다.

3)다시마와 말린 표고버섯을 우린 국물 적당량을 넣는다.

4)마지막으로 소금을 넣는다. 조금 칼칼한 맛을 원하면 고추를 반으로 잘라 넣으면 된다.

봄나물인 재피잎의 강한 향을 느낄 수 있다.

1)재피잎을 씻고 손질해 유리그릇에 놓는다.

2)프라이팬에 집간장을 넣고 팔팔 끓인 뒤 맛국물을 혼합해 끓인다.

3)매실추출액과 설탕을 적당량 넣는다. 같은 양의 깨와 고춧가루를 넣고 마지막으로 물엿을 첨가한다.

4)끓인 소스를 곧바로 재피잎이 들어있는 유리그릇에 붓고 무치면 완성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