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핵폭탄과 존 웨인

1952년 오늘, 미국 네바다사막은 시끌벅적했다. 말로만 듣던 원폭 실험을 TV로 생중계했으니 한 편의 '대본 없는 쇼'였다. 한 취재기자의 얘기다. "고글을 쓰고 있으니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구름이 하늘로 올라가더니 거대한 우산을 만들었다. 뜨거운 열기, 다음엔 쇼크…."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02년, USA투데이는 "냉전 때 미국의 핵실험에 의한 낙진으로 적어도 1만5천 명이 암에 걸렸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네바다 사막에서 104㎞ 떨어진 라스베이거스 주민들은 어찌 됐을지 궁금하다. 어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20㎞ 반경에 출입금지 조치가 내려졌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까.

'서부의 사나이'로 불렸던 영화배우 존 웨인(1907~19 79)도 핵실험의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1956년 네바다사막에서 '징기스칸'을 찍고 난 후 폐암, 심장, 위암 수술을 받은 끝에 죽었다. 여주인공 수잔 헤이워드도 뇌암으로 죽었고 감독을 비롯해 출연자'스태프 220명 중 91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핵실험을 시작한 지 50년 만에 암의 위험성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면 50년 후에는 현재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을까.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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