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내홍이 4'27 재보선을 둘러싸고 점입가경이다. 한나라당 내분의 뿌리인 친이-친박 두 집단 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친이계 내부 강경파인 친이재오계와 친박계 사이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책임론 공방이 불거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재보선이 끝나면 한나라당이 폭풍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달 11일에 있었던 이상득-이재오 회동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보선 이후 비(非)박근혜 색깔을 강화하려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화합에 무게를 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친이계 소장파들은 독자노선을 천명하며 선 긋기에 나서고 있어 친이계의 분화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이 장관은 이 와중에도 친이재오계 의원들의 결속 모임을 거듭 가지면서 재보선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그의 자파 단속과 친박계에 대한 재보선 지원 촉구는 재보선 이후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로 해석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그러자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친이계가 이재오계와 이상득계로 완전히 갈렸고 소장파는 따로 떨어져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영남권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이제 친이계를 뭉뚱그려서 '친이계'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5월 2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장 이 장관과 이 전 부의장이 맞붙었다. 이재오계의 핵심인 안경률 의원과 이 전 부의장의 측근인 이병석 의원의 맞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내대표 문제는 이 장관과 이 전 부의장 간의 회동에서도 논의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두언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친이계 소장파도 제 목소리를 내면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정치권은 "이제 누구의 뒤에 서서는 정치생명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계파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 내지 거부감이 극에 달한데다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력갱생'밖에는 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친박계가 다수인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이 대거 분당을 찾았지만 이 장관은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 친박계가 재보선 지원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면서 친박계를 자극했다. 친박계에서는 홍사덕 의원까지 분당을에 가서 지원유세에 나설 정도로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데 공천 파동을 일으킨 당사자가 무슨 말을 하느냐는 반응이다.
이 장관은 이날 "선거는 친이냐 친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야당의 대결이며 한나라당 사람들은 친이든 친박이든, 주류든 비주류든 간에 선거에 전념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다분히 선거불개입을 선언한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발언을 포함한 이 장관의 행보에 대해 재보선 결과에 따라 불거질 책임론을 피해가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언급을 하지 않지만 친이계는 박 전 대표의 입장에 대해 비판적이다. 중립성향 의원들도 '선거는 지도부 중심'이라는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실망하고 있다. 한 표가 아쉬운 강 전 대표 측은 "한나라당이 위기라는 인식을 박 전 대표가 하지 않는 것인지, 외면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며 "당을 걱정하는 당원들은 한결같이 박 전 대표에 대해 섭섭함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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