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나치 안락사 의사 베르너 하이데

나치는 유태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하기 전 히틀러의 비밀 명령에 따라 1939년부터 1941년까지 독일인 7만여 명을 살해했다. 이른바 'T-4' 작전이다. 정신질환자, 발달장애환자 등 '살 가치가 없는 생명'이 그 대상이었다. T-4라는 명칭은 이 작전을 주도한 총통 비서실 제2국이 있던 베를린 티어가르텐(동물원)가(街) 4번지를 딴 것이다. 보안을 위해서였다. 이 같은 집단살해는 샤워실로 불린 가스실에서 주로 이뤄졌다. 여기에 깊숙이 관여한 인간 백정의 하나가 정신과의사 베르너 하이데이다.

1902년 오늘 태어났다. 1933년 나치당에 입당했고, 1935년 친위대에 들어간 뒤 1938년 친위대 사령부 의무보건 담당 참모로 고속승진했다. 이런 든든한 배경 때문에 빈약한 연구업적에도 불구하고 뷔르츠부르크대학 정교수가 됐다. T-4 작전을 수행하면서 '정신병자 살해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많은 장애인을 죽였다. 종전 후 체포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의사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종적을 감췄다. 그 뒤 신분을 세탁해 병원을 개업하고 체육학교 의사로 버젓이 활동하기까지 했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1959년 사소한 교통사고로 결국 신분이 탄로났다. 1964년 재판 시작 5일 전 목을 매 자살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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