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손님으로 밀려난 우리의 문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계속 내려온 한국적인 문화를 무시하거나 방관하는 일들로 매우 소란스럽다. 우리 민족과 함께 한국 정서 속에서 살아온 한국적인 문화와 생활이 현대화의 급속한 물결 속에 밀려나고 천대를 받고 있다. 글로벌화의 뒤편에서 우리의 소중한 전통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적인 고유의 것들이 시대와 분위기에 맞지 아니한다고 홀대받아 서러운 상처를 안고 사는 현실은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슬프게 하고 있다.

세상의 어느 옷보다 아름다운 한복이 주위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고를 일으킨다고 유명 호텔 식당에서 출입 금지를 당한 일은 우리의 문화가 얼마나 서러움을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일이다.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한글이라는 훌륭한 글이 있는데도 한글보다는 영어를 조기교육시키고 영어를 사용해야만 유식한 사람인 양 착각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서글픈 오늘날의 우리 모습인가? 물론 영어를 배우면 좋은 것도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영어에 대한 관심과 극성이 너무 심하여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유치원생에게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만 출세할 수 있다고 강요하고 있다.

우리의 정서와 감정에 알맞은 국악을 옛날의 케케묵은 음악으로 여기며, 뜻도 모르는 시끄럽고 현란한 서양 음악에 매료되어서 벌떼같이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옛것을 배척하는 가슴 아픈 일이 보인다. 한국만 사랑하고 아끼는 국수적인 생각이나 문화는 아니라도 아무 비판 없이 외국 문물에 우리의 오감을 너무 쉽게 허락하는 일들은 차츰 우리 고유의 문화를 고갈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를 살아가야 하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한국 사람임을 망각하면서 빠르게 서구화 사회로 급변하고 있다.

우리의 것들을 지금과 같이 귀찮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무시하면 정말 한국적인 생각이나 역사는 사라진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적인 정신과 모습이 필요하다. 우리 핏속에 흐르는 고유의 혼과 정신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한국의 전통이고 살아있는 역사이다. 서양의 옷과 음식을 아무리 많이 먹는다고 한국 사람이 서양인이 결코 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멋과 맛이 있고 옛날을 기억하고 되살리는 사회 풍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우리의 것을 더욱 생각하고 사랑하는 일과 마음이 애국심의 발로이며 진정한 한국 사람이다. 정말 우리의 것은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우리의 것은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편리한 세상 때문에 우리의 문화가 천대받고 서양문물에 밀려난 손님 같은 대접을 받지 말아야 한다. 주인을 잃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우리 문화를 소중히 가꾸고 보존하는 일이 나를 지키는 일이며 국가에 애국하는 작은 마음임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며 계속하여 후손 대대로 물려줄 민족의 빛나는 유산임을 명심하자.

이극로<시인·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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