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구급차·소방차 가로막는 부끄러운 시민 의식

구급차나 소방차'혈액 공급차 등 긴급 자동차의 우선 통행 등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시행된다. 긴급 자동차에 길을 양보하지 않고 진로를 막다 적발되면 차주에게 5만 원 이상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이다. 과태료 이전에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인데도 자기만을 생각하는 후진적 교통 문화와 시민 의식이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긴급 자동차가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경우 환자 생명이 위험하거나 재산상의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소위 '골든타임'이 생사 여부를 가르는 것이다. 골든타임은 응급 환자의 생명을 구하거나 화재를 조기에 진압할 수 있는 최초의 4~6분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구급차의 현장 도착 평균 시간은 8분 18초다. 골든타임 도달률이 32.8%에 불과했다. 긴급 자동차의 70% 가까이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급한 사이렌 소리를 듣고도 제 갈 길만 가는 운전자들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구급차 앞으로 끼어드는 몰지각한 사례까지 있다. 선진국들도 이를 법으로 강제하지만 법 이전에 운전자들이 알아서 양보하는 등 의식이 앞서 있다.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차량들이 좌우로 파도 갈라지듯 피하며 길을 터준다. 그에 비해 막무가내로 버티는 우리의 교통 문화 수준은 부끄러울 정도다.

법 개정을 계기로 경찰청은 긴급 자동차 통행 시 길 터주는 방법 등을 운전자들에게 자세하게 홍보해야 한다. 대처 요령을 모를 경우 자칫 우왕좌왕하다 혼선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성숙한 교통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여유 있게 운전하는 시민 의식부터 높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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