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우리 모두를 위한 진정한 法治主義

진성철(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진성철(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4월 25일은 국민의 준법정신을 앙양시키고 법의 존엄성을 고취하기 위하여 국가가 제정한 제48회 '법의 날'이다. 196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에서 법의 날을 제정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가 있었고, 이를 받아들여 우리나라도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정했다.

정부는 1964년 5월 1일 열린 제1회 법의 날 대회에서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시키는, 이른바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의 건설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계몽하기 위해 법의 날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이후 우리 정부는 조선이 근대적 사법제도를 최초로 도입해 법률 제1호로 제정한 '재판소구성법'이 1895년 4월 25일부터 시행되었다는 사실에 착안해 2003년부터 4월 25일을 법의 날로 바꾸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많은 법률을 찬찬히 읽어보면 법이 존엄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법에는 인간의 행복에 필요한 소중한 규정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법만 잘 지키면 사람들이 오랫동안 소망하고 꿈꾸어 온 이상향이 지상에 실현될 것처럼 보인다.

법이 사회를 지배해야 한다는 헌법원리를 '법치주의' 또는 '법의 지배'라고 한다. 현실을 보면 법의 지배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지도층이 솔선하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노력하여 법을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도 막상 그 법이 자신에게 적용되어 약간의 불편이라도 겪게 되면 법을 무시하고 회피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법률을 지키려는 사람보다 그 법률을 애써 무시하려는 사람이 훨씬 더 많게 되면 그 법률은 법전에만 기재되어 있을 뿐 현실에는 없는 것과 같아진다. 법률이 마치 죽은 것처럼 무기력하게 되었을 때 사문화되었다고 하는데 사문화된 법률이 많아질수록 법의 지배는 약화된다. 나와 같은 법관들은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기 때문에 법률이 사문화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재판을 하다 보면 '나는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 중에는 자신과 똑같은 위법한 행위를 하고도 용케 법의 심판을 면한 사람들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이 법의 심판을 면하지 못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을 흐린다는 속담이 있다. 위법한 행위를 하고도 아무런 불이익을 입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는 한 마리의 미꾸라지와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법에 대한 존경심을 잃고 법을 지키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하여 아무런 부끄럼 없이 위법한 행위를 감히 하게 된다. 그로 인한 피해는 법을 지킨 선량한 사람 또는 무법한 세상을 살아갈 미래의 세대가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위법행위를 하는지 상호 감시하고 고발하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위법행위를 단속하는 데 드는 인력,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타율적으로 법을 준수하도록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율적으로 법을 지키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꽂고 운동과 관련된 뇌기능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1997년에 뇌의 어떤 신경세포가 다른 원숭이가 동작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반응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 세포를 거울 신경세포라고 불렀다. 인간도 거울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여 재현할 수 있고, 다른 인간의 사소한 동작이나 표정을 보고 의도나 기분을 파악할 수 있으며 함께 살아가면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다른 인간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한다.

필자는 사람들이 가정이나 학교 또는 사회에서 받는 교육을 통하여 타인의 고통과 행복을 자신의 것처럼 공감하는 선천적인 능력을 계발하고, 어릴 때부터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는 행동을 하는 습관을 기를 때 비로소 진정으로 법이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진성철(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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